“반에서 가장 재수 없는 XX” 친구들이 집단폭행… 다문화 학생 두번 운다

입력 2012-01-08 20:25


지난해 5월 서울 한 다문화가정 거점 초등학교에서 방글라데시 아버지를 둔 4학년 A군(11)이 반 친구들로부터 집단폭행을 당한 일이 뒤늦게 알려졌다. 폭행 이유는 ‘반에서 가장 재수 없는 아이’로 뽑혔기 때문이었다. A군은 집단 따돌림 후유증으로 자살 의사를 표시할 정도로 심리적 불안감에 시달렸다.

다문화가정 자녀들이 학교폭력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한국에 정착하지 못한 다문화가정은 자녀들의 ‘왕따’ 문제로 다시 상처받고 있다.

◇불안한 다문화 가정, 왕따로 이어져=다문화가정의 사회 부적응과 경제력 부족이 다문화가정 자녀의 학습능력을 저하시키고 또래문화 체험 기회를 제한하고 있다. 2009년 보건복지부 조사에 따르면 다문화가정 12만여 가구 중 월 소득이 200만원이 안 되는 가구가 60%에 달했다. 지난해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08년 전체 이혼의 10.7%였던 다문화가정 이혼 비중은 2010년 12.3%(1만4319건)로 높아졌다.

이는 자녀에게 고스란히 영향을 미쳤다. 복지부가 한나라당 이정선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다문화가정 아동 912명을 대상으로 언어발달 테스트를 한 결과 언어발달 상태가 지연·지체 또는 장애로 나타난 아동은 349명(38.2%)이었다. 특히 6세 어린이는 언어발달 정상이 30%대에 불과했다. 이는 아이들이 따돌림을 당하거나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다문화 가정 자녀의 학교 중도 탈락률은 전체 초등생 중 10%로 일반학생 0.06%에 비해 160배 이상, 중학생은 20%로 일반학생 0.09%에 200배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문화가정 학생 폭발적 증가, 대책 마련 절실=지난해 외국인과 한국인 부모 혹은 외국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미성년 자녀가 15만1154명이다. 이는 2010년보다 2만9129명(23.9%) 늘고 3년 전보다 무려 160%나 증가한 수치다. 하지만 다문화가정 학생에 대한 지원이나 대책은 소홀하다. 다문화가정 학생들이 크게 늘어난 만큼 초등학교 때부터 다문화를 이해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하고 있다.

대구이주여성인권센터 김혜정 사무처장은 “다문화가정 자녀만 따로 모아 교육한다는 생각 자체가 벌써 차별을 만들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이들과 다른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는 분위기를 일찍부터 만들어줘야 한다”며 “특히 초등학교에서는 이 역할을 교사가 맡아야 하므로 ‘이주여성 1일 교사’ 등 학생들이 다문화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자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