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무늬뿐인 ‘한국판 버핏세’… ‘과세 대상’ 전문직 1%도 안돼

입력 2012-01-08 19:00

부자 증세를 목적으로 한 한국판 버핏세가 이름뿐일 모양이다. 국회가 지난해 말 통과시킨 ‘소득세법 개정안’에 따르면 과세 기준 연 소득 3억원 이상 구간이 신설돼 종전보다 3% 포인트 오른 38%의 세율이 부과된다. 하지만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 중 실제로 한국판 버핏세를 내는 비율은 1%에도 못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국세청이 전문직에 종사하는 8개 분야 개인사업자의 2010년 소득을 분석한 바에 따르면 변리사·변호사·관세사의 1인당 연평균 소득은 3억원을 넘지만, 이들 중 필요경비를 제외한 실소득이 버핏세 과세 기준인 3억원 이상인 사업자는 1% 이하다. 세무업계 관계자는 “전문직 개인사업자는 연간 총소득에서 필요경비와 소득공제액을 뺀 실질소득이 30∼40%에 불과해 10억원 정도를 벌어야 버핏세 대상이 될 것”이라며 “실제로 매출이 10억원을 넘는 사업자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근로소득자의 경우도 연 근로소득이 3억4000만원(월 2800만원)을 넘으면 소득세율 38%가 적용된다. 기획재정부가 6일 발표한 ‘근로소득 간이세액표’에 따르면 4인 가구를 기준으로 연 근로소득이 3억6000만원(월 3000만원)인 근로자는 제반 소득·세액공제하기 전 먼저 떼는 소득세가 지난해 월 780만3500만이었으나 올해는 785만9000원으로 늘어난다. 증세분은 겨우 월 5만6250원이다. 심지어 연봉 6억원(월 5000만원)의 경우도 늘어나는 세금은 월 62만6250원으로 월급의 1.25%에 지나지 않는다.

소득세 최고 구간을 신설하고 세율을 종전보다 3% 포인트 올렸지만 신설 과표 구간이 3억원으로 지나치게 높아 적용 대상이 적을 뿐 아니라, 고소득 전문직 적용대상자들의 경우는 원천적인 소득탈루 등으로 부자 증세는 시늉 내기가 될 것이란 얘기다. 국세청이 2005년 이후 10번에 걸친 세무조사에서 변호사 등 전문직을 포함한 고소득 자영업자의 평균 소득탈세율은 48%에 달했다. 조사대상 2601명이 실제로 번 소득은 7조4907억원이었으나 신고소득은 3조8966억원뿐이었다.

조용래 기자 choy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