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종교’ 20년새 2배로 급증 복음주의 성장이 그나마 희망… 美 퍼듀대 정종현 연구원

입력 2012-01-08 17:44

세계 유일의 강대국 미국의 종교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다종교사회이자 기독교인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미국에서 최근 무종교인이 증가하는 동시에 복음주의 기독교인들의 증가가 눈에 띄게 나타나면서 미국종교의 미래에 대한 궁금증이 일고 있다. 한국이 다종교사회인 데다가 다문화사회로 이행되고 있는 시점에서 미국종교의 이 같은 변화는 한국교회가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월간 교회성장은 1월호에서 이 문제를 심도 있게 다뤘다. 미국 퍼듀대학에서 종교사회학을 연구하고 있는 정종현 연구원은 기고에서 미국 종교계의 가장 커다란 위기는 무종교인의 증가라고 지적했다. 정 연구원은 하지만 희망적인 것은 복음주의 기독교인들이 늘고 있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미국은 한때 무종교인이 없는 나라로 유명했다. 전체 인구의 7% 정도만 종교가 없다고 할 정도로 미국에서 무종교인이라고 말하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1990년대부터 미국의 무종교인이 10%를 넘어서더니 2011년에는 20%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그는 이를 주도하는 층이 젊은 청년세대라고 분석했다.

무종교인이 되는 젊은 청년세대는 두 부류로 나뉜다. 한 부류는 1960년대 히피족을 비롯해 성의 자유화 바람을 타고 교회를 떠났던 사람들의 자녀로, 어릴 때부터 교회를 모르고 자란 젊은이들이다. 또 한 부류는 정치에 대한 환멸로 교회를 떠나는 젊은이들이다. 이들은 기독교는 정치적 우파와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 기독교는 곧 공화당이라는 시각을 갖고 있다. 그래서 교회를 받아들이는 것은 공화당을 받아들인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진보적인 시각의 젊은이들이 교회를 이탈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 연구원은 그럼에도 매우 희망적인 것은 복음주의 기독교인들이 늘어나고 있는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동성연애를 적극 찬성하는 이른바 자유주의적인 교회는 자유주의적인 성경해석과 사회정의를 과도하게 강조함으로 쇠퇴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때 미국 개신교인들의 40% 가까이 차지했으나 점차 줄어들고 있다. 반면 복음주의를 강조하는 교인들은 꾸준히 늘고 있다. 복음주의 교회들은 예수에 대한 믿음을 강조하고 전도를 강조하며, 성경을 그대로 믿는 순수한 신앙을 강조한다. 이 때문에 이러한 교회에 출석하는 교인들은 삶이 변화되는 경험을 하고 하나님을 만나는 성스러운 체험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교회는 새들백교회, 윌로크릭교회, 레이크우드교회로 계속 신자들이 증가하고 있다.

정 연구원은 복음주의 교회의 성장은 미국의 기독교 국가로서의 정체성을 지켜주는 중요한 요인이라고 밝혔다. 그는 현재 결혼한 미국인 가운데 약 50%가 서로 다른 종교를 가진 배우자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들이 종교적 다원주의로 흐르고 있는 것이 매우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복음주의자들의 말씀과 성령중심의 신앙적 체험이 사회를 발전적으로 변화시키는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어 다행스런 일이라고 밝혔다.

우리나라는 다종교사회인 데다 다문화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한국에서 복음주의 교회가 계속 성장하고는 있지만 젊은 청년층이 교회를 떠나는 것을 고려할 때, 이에 대처하는 진단이 하루속히 한국교회 안에서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승한 기자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