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속 과학 읽기] (2) 기름 마르는 데 300년이…

입력 2012-01-08 18:22


유화는 기름에 용해되는 안료(색가루)로 그린 그림이다. 안료는 천연광물에서 발색시키거나 동식물의 유기물에서 채집한다. 캔버스를 비롯한 지지체와 안료를 결합시키는 것을 미디엄이라고 부른다. 미디엄이 달걀이면 템페라 기법이고, 기름이면 유화라 부른다.

유화는 서기 1100년경에 처음 시도됐으나 기름이 적당히 마르지 않아 상용화에 실패했고 이후 건조촉매제를 발명하기까지 300여년이 필요했다. 그러다 1434년 ‘아르놀피니 부부 초상’을 그린 얀 반 에이크가 기술적인 난점을 해결했으니 유화의 창시자로 일컬어진다.

이 작품에서 작가는 겨우 폭 60㎝의 작은 화면에 반짝이는 샹들리에, 붉은 침대, 예수 수난의 열 장면이 장식된 거울, 모피와 다양한 옷감, 유리와 벽 등 서로 다른 재질을 가진 물건들을 섬세하게 재현하고 있다. 여기에다 햇볕이 들어온 방, 빛을 받아 반짝거리는 금속 표면, 거울 속에 반사되어 비쳐진 사람의 모습까지 표현한 것을 보면 놀랍다.

시대마다 새로운 재료를 만들어내는 과학기술의 발전은 예술적 표현 기법을 변화시키고, 이러한 변화는 그 사회가 품고 있는 미학을 반영한다. 지금 유행하는 비디오 아트나 컴퓨터 아트도 그 연장선상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김정화(KAIST 문화기술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