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글속 세상] 돌 깨는 아이들의 손에 책을, 희망을 안겨주세요… 네팔 빈민촌 마하데브베시를 가다

입력 2012-01-08 22:27

8848m의 에베레스트산 등 히말라야산맥의 높이 8000m 이상 되는 산 14개 중 12개를 갖고 있는 네팔. 나날이 발전하는 카트만두 등 대도시와 달리 조금만 교외로 나가면 가난하고 힘겹게 살아가는 빈민촌이 즐비하다. 옷과 신발이 없어 학교에 못 가는 어린이들, 무지와 가난으로 자녀들을 학교에 보낼 생각을 하지 못하고 노동력을 얻기 위해 일찍 결혼시키는 부모들. 그런 네팔 빈민들의 삶에서 아시아 최빈국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수도 카트만두에서 32㎞ 떨어진 마하데브베시의 사람들은 대부분 히말라야 계곡에서 내려온 바위들을 망치로 깨서 건축용 자갈을 만드는 일을 한다. 마을의 1인당 소득은 연 평균 80달러에 불과하다. 학교도 못간 채 돌 깨는 일만 하다 보니 문맹률이 높아 가난이 대물림된다.

그런데 이곳에 3년 전 나타난 한국인이 마을을 전혀 새로운 형태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그는 박재면(52) 기아대책기구 네팔 지부장이다.

박 지부장은 마하데브베시를 비롯하여 4개 마을에서 기아대책기구의 도움을 받아 CDP(children development program·어린이 개발 계획) 사역을 주도적으로 펼치고 있다. CDP는 빈민 학생들에게 교복, 학용품, 공부방을 지원하고 컴퓨터 교육을 실시하여 지식의 눈을 뜨게 하는 한편 소액 대부사역(micro finance)을 통해 돌 깨는 마을 사람들의 사업 활성화 및 정착을 돕는 일이다.

“꼬레야꼬 써워욕따 허룰라이 던여 밧!”(한국의 후원자님 고맙습니다)

새해선물로 한국의 후원자들이 마련해준 생필품, 학용품, 간식을 빈민 학생들이 받아들자 마하데브베시 학교 학생인 깐차(9)가 말했다. 두툼한 옷은 물론 신발조차 없어 날씨가 추워지면 학교에 못 왔는데 한국 후원자들의 지원으로 행복해졌다며 밝은 미소를 지었다.

한국에서 잘 나가던 은행원 생활을 접고 가난하고 고통받는 이들을 보살펴 주겠다는 특별한 사명감을 갖고 네팔에 온 박 본부장은 “보이지 않는 희망이 보이는 고통을 이겨낸다”며 “아이들의 웃음꽃이 환하게 피어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빛을 비추어 달라”고 요청했다.

마하데브베시(네팔)=사진·글 강민석 선임기자 minseo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