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새 국방전략과 한반도] 군살빼는 미군, 지상군 유지비 깎아 정밀타격력 높인다
입력 2012-01-06 19:08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제시한 미국의 신(新)국방전략은 지상군 감축, 아시아·태평양 군사전략 우선, 해·공군력 강화를 통한 통합 전쟁수행력 향상이 핵심이다.
개념적으로는 두 곳의 전쟁에서 동시에 승리를 거두겠다는 윈-윈(win-win) 전략이 폐기되고, 1개 전쟁 수행과 다른 지역 전쟁 억제라는 원 플러스(one-plus) 전략으로 미국의 세계 군사전략이 바뀌었음을 의미한다. 이는 더 이상 미국이 천문학적인 국방비를 감당해낼 능력이 안 되기 때문이다. 오바마 대통령도 “미군은 군살을 없애는 쪽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태 중시 군사전략=지난 10년간 미국의 군사력은 이라크와 아프간 두 곳에 집중됐다. 미국이 중동에서 장기전 수렁에 빠져있는 동안, 중국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괄목할 만한 군사력 팽창을 보여왔다. 오바마 행정부가 전반적인 국방비 삭감을 진행하면서 아·태 지역 군사전략을 강조한 것은 중국 때문이다.
특히 중국의 해군력 증강과 서태평양으로의 진출은 미국이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아·태 지역에서의 미군 역할을 강화할 것”이라며 “중요한 지역을 희생하면서까지 국방비 삭감을 추진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의도적으로 이 지역의 군사전략을 강조한 것으로, 그만큼 신국방전략은 잠재적 적국인 중국을 의식한 면이 있다.
“10년간 전쟁이 끝나고 있고, 국면이 변하고 있다”는 오바마 대통령의 발언은 국방비 문제와 함께 군사전략의 축이 움직이고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아·태 중시 군사전략은 이 지역에서의 해·공군력 강화 및 정밀 타격 능력 확보 쪽으로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한반도에 영향은=리언 패네타 국방장관은 한반도와 이란 상황을 의도적으로 언급하면서 “동시에 이런 위협들에 대처하고 이길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조지 W 부시 정권 때 확실하게 정착된 ‘두 개의 전쟁에서 동시에 승리한다’는 윈-윈 전략은 중동과 한반도를 상정한 것이다.
이 전략의 폐기로 한반도에서 미군 전력이 약화되지 않겠느냐는 시각을 불식시키려는 의도로 언급한 것이다. 이번 발표와 주한미군 전력 변화와는 상관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2만8500명의 주한미군 주둔 규모도 그대로 유지될 방침이다.
패네타 장관은 “미국은 연합전력을 바탕으로 동시에 하나 이상의 적을 물리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동맹국 등과의 연합전력 운용을 강조한 것으로, 앞으로는 보다 해당 국가에 부담을 지울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상군 감축=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은 날렵하고 유연한 군대를 가진 군사적 우위를 지속적으로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팬타곤이 내부적으로 마련한 것으로 알려진 ‘향후 10년 내 육군 49만명으로 감축’ 계획은 지난해 세운 52만명으로의 감축보다 더 나아간 것이다. 국방비 예산을 깎아야 한다는 필요성이 그만큼 더 커졌다는 얘기다.
첨단정밀 무기 개발을 멈출 수 없는 미국으로서는 대규모 지상군 유지에 드는 비용을 깎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은 그 대신 차세대 폭격기와 항모 발진 무인항공기, 신형 크루즈 미사일 등 장거리 타격 능력을 향상시키고 무인 잠수함 개발 등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