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전대 돈봉투 파문] 쑥대밭 한나라… 최대 위기? 쇄신 기회?
입력 2012-01-06 19:02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으로 한나라당이 쑥대밭으로 변하고 있다. ‘300만원 돈 봉투’에 이어 ‘1000만원 봉투’설까지 나오면서 총선을 불과 3개월 앞두고 침몰직전의 난파선 꼴이 됐기 때문이다. 당내에서는 “당이 쪼개지거나 재창당의 길로 들어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친이명박계 치명타, 의원들 망연자실=벌써 4·11 총선 체제에 돌입해 지역구를 누비는 의원들 사이에선 “이미 선거가 날아갔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지난해 10·26 재보선에서 드러난 이명박 정부에 대한 민심이반도 감당하기 힘든 판에 이번 사건으로 “유권자들에게 명함조차 내밀 수 없을 지경”이 됐다는 것이다.
특히 친이계는 “이제 비상대책위원회를 성토할 토대마저 붕괴해버렸다”며 자포자기 모드다. 친이계 초선의원은 6일 “돈 봉투라는 말이 주는 어감을 알지 않느냐. 유권자들이 ‘한나라당 참 가지가지 한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다른 서울지역 초선의원은 “스트레이트 맞은 뒤 훅 펀치를 맞고 KO 직전인 권투선수가 된 기분”이라고 했다. 친이계 재선의원은 “고승덕 의원이 당을 또 한번 죽여놨다. 자기 혼자 공천받으려고 이렇게까지 해야 되는 것이냐”며 흥분했다. 또 다른 친이계 인사는 “한나라당에서 나가면 친이계는 다 돈 받아먹은 사람이 되고 당에는 친박근혜계만 남는다”고 불편한 심경을 표출했다.
◇돈 봉투 파문 전방위 확산=당에선 각종 당내선거와 공천과정 돈거래 시사 발언이 잇따랐다. 조전혁 의원은 6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2010년 전대 당시 1000만원 돈 봉투 살포설을 제기했다. 그는 라디오방송에 나와 “원외 당협위원장들에게 관행적으로 돈 봉투가 갔다는 말이 많았다”고 했다. 다른 의원도 “2008년 전대 당시 모 후보 측에서 거액을 뿌렸다는 설이 돌았다”고 언급했다. 핵심 당직자도 “여야 가릴 것 없이 전당대회할 때마다 그런 소문은 무성했다”고 했다.
◇박근혜의 다음 선택은?=박 비대위원장은 여러 번 위기를 돌파한 경험이 있다. 차떼기 사건과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후폭풍이 불던 2004년과 당 중진들의 공천비리가 터진 2006년 지방선거를 정면 돌파했다. 이번에도 박 위원장은 검찰수사 의뢰라는 정공법을 선택했다. 황영철 대변인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비대위가) 검찰수사 의뢰를 의결한 걸 보면서 박 위원장도 단호한 입장임을 읽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상돈 비대위원은 한 인터넷 팟캐스트 방송에 출연, “돈 봉투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미진하면 특검을 도입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이번 사건을 당 쇄신의 기회로 여기고 있는 듯하다. ‘구태의 온상’이라는 이미지를 완전히 청산하고 그야말로 재창당 수준으로 당을 바꾸겠다는 것이다. 우선 이명박 정권 실세 퇴진론을 밀어붙여 친이계의 기를 완전히 꺾을 것으로 보인다. 한 친박계 의원은 “이 사건이 당은 죽였지만 비대위는 살릴 수 있다”며 “박 위원장이 인적·정책적 쇄신 물결을 만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