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전대 돈봉투 파문] 박희태 24년 정치인생, 고승덕 ‘입’에 달렸다
입력 2012-01-06 22:33
현직 국회의장 헌정 사상 첫 검찰 수사 받나
한나라당 내부에서 전당대회에서 고승덕 의원에게 돈 봉투를 준 당 대표 후보로 박희태 국회의장을 지목하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박 의장이 2008년 7·3 전당대회에 출마했을 당시 김효재 의원(현 청와대 정무수석)을 통해 300만원이 든 봉투를 고 의원에게 전달했다는 것이다.
8일 검찰에 출두하는 고 의원이 박 의장을 거론할 경우 현직 국회의장이 동료의원을 금품으로 매수하려 한 혐의로 사법 당국의 조사를 받는 초유의 일이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 의장은 6일 기자들과 만나 “전혀 그런 일 없다. 돈을 만져보지도 않았으며 나와는 관련이 없다”면서 “(돈 봉투 문제를) 언론보도를 통해서 처음 알았다”고 연루설을 강력 부인했다. 그는 고 의원에 대해서도 “(전당대회) 당시 나는 국회의원도 아닌 평당원 신분이었고 그래서 잘 모르는 사이였다”고 강조했다. 박 의장은 ‘전달자’로 거론된 김 수석과 최근 통화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도 “최근에 만난 일도, 통화한 일도 없다”고 했다.
박 의장 측근들 사이에서는 “검찰이 진실을 밝힐 것”이라고 장담하면서 이번 사건 자체가 고 의원의 ‘고도의 언론플레이 아니냐’는 음모론이 나오고 있다. 비상대책위원회 출범 이후 한나라당 텃밭에서의 공천 물갈이론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고 의원이 서울 서초을 재공천을 받기 위해 잠재적 공천 경쟁자로 박 의장과 가까운 박모씨를 배제하고자 이런 의혹을 제기했다는 것이다. 박씨는 경남 남해 고향 후배로 박 의장의 먼 친척뻘인 것으로 전해졌다. 선제공격으로 고 의원이 공천 과정에서 박 의장의 영향력을 미리 차단하려 했다는 가설이다. 그러나 고 의원이 입을 정치적 타격 또한 만만치 않다는 점에서 음모론은 설득력이 별로 없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아무튼 고 의원의 ‘입’에서 나오는 말에 따라 박 의장은 24년 정치인생의 최대 위기를 받을 수 있다. 2010년 6월 국회의장에 취임하며 한나라당 당적을 버린 그의 임기는 오는 5월 말이다.
한민수 기자 ms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