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석유 전자상거래 시장 생긴다는데… 주식시장처럼 가격 결정 ℓ당 10원 하락 예상
입력 2012-01-06 19:05
기름값 인하를 유도하기 위해 정부가 올해 3월 개설하는 석유제품 전자상거래 시장이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지 주목된다. 정부는 전자상거래시장이 개설되면 석유제품 가격이 ℓ당 10원가량 인하된다고 보고 있으나 정유업계는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을 것이라며 회의적인 분위기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석유제품 전자상거래 시장은 3월 말 개장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여기에는 공급자로 석유 정제업자와 수출입업자, 대리점이 참여하고 수요자로는 대리점과 주유소가 참여하게 된다.
거래소는 초기에는 4∼5개의 석유 정제업자와 수출입업자, 50개 정도의 대리점이 참여하고 주유소는 전국 약 1만2000여개 가운데 3분의 1 수준인 3000∼4000개가 참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가격은 주식시장과 마찬가지로 결정되며 주유소는 전산시스템을 통해 거래에 참여할 수 있다.
거래소 관계자는 “전자상거래 시스템을 갖추는 건 어렵지 않지만 정유사와 주유소들을 어떻게 참여시키느냐가 관건”이라며 “이 시장이 개설되면 기존 현물시장 가격과 경쟁하는 또 하나의 가격구조가 생겨 기름값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유업계는 여러 가지 문제 때문에 성공하기 힘든 모델이라고 입을 모았다.
공급자가 기존 국내 정유 4사로 한정될 수밖에 없어 공급경쟁을 유도하기 어려운 구조인데다 정유사와 주유소들이 이미 맺고 있는 공급계약과 별도로 전자상거래에 참여하는 것도 불편해 출발 자체가 쉽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게다가 국내 정유사들이 생산하는 석유제품이 국제 제품가격보다 싼 데다 해외 석유제품은 국내 제품기준에도 맞지 않아 해외에서 물량을 들여와 가격을 낮추는 것도 불가능하다는 게 정유업계의 주장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일본도 석유제품 전자상거래 시장을 열었지만 별 효과를 보지 못하고 사실상 실패한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며 “정유사가 이 시장에 참여하더라도 기존 대리점이나 주유소에 공급하는 가격보다 싸게 내놓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정부는 전자상거래를 통한 거래 금액에 대해 0.3%의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등 다양한 유인책을 준비 중이다. 또 공개시장을 통해 거래되면 정유사들의 공급가격이 공개되면서 자연스럽게 거품이 빠지지 않겠느냐는 분석도 나온다.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윤창현 교수는 “석유제품 전자상거래 시장은 초기에 얼마나 많은 물량이 집중적으로 거래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며 “물량이 집중되면 대표가격이 생기면서 시장영향력이 커지겠지만 기존 정유사와 주유소들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참여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노석철 기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