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증오하던 형을 용서해…” 50대 눈물의 회심
입력 2012-01-06 18:25
‘성서적 내적치유세미나’ 100회 현장을 가다
“형! 기억해? 형이 나를 방앗간으로 끌고 가서 샌드백 치듯 엄청나게 때렸잖아. 그땐 괴롭고 너무 아파 정말 형을 죽이고 싶었어. 형, 내가 왜 결정적인 순간마다 포기하는 소심한 성격을 갖게 됐는지 이제 알게 됐어. 그건 형에 대한 분노와 증오, 미움이라는 쓴뿌리 때문이었어. 나 이제 예수님 때문에 형을 용서하려 해. 흐흐흑.”
머리 희끗한 50대 중반의 가장이 ‘용서의 방석’에 앉자마자 어깨를 들썩이며 통곡을 했다. 같은 순모임에 속한 중년 남성 10여명도 그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않았던 마음의 짐을 털어놨다.
6일 경기도 안성 사랑의교회수양관에서 열린 100차 ‘성서적 내적치유세미나’ 현장은 말 그대로 회복의 자리였다. 600여명의 참석자들은 2박3일간 하나님과의 관계회복, 마음속 쓴뿌리(히 12:15)의 발견과 용서, 친근한 아버지 되시는 하나님, 성령의 권능 체험 등 성경말씀에 기초한 15개 강의를 통해 잠재의식 속 영혼의 아픔을 살폈다. 치유 후 성숙을 추구하는 ‘속사람’의 여행, 점진적 성화(聖化)의 과정인 셈이다.
강사인 내적치유사역원장 주서택 목사(청주 주님의교회)가 나직한 목소리로 질문을 던졌다. “육신의 아버지는 어떤 분이셨습니까? 혹시 알코올 중독으로 가족에게 피해를 주고 무능력한 아버지 아니었습니까. 아니면 한 번도 나를 안아준 기억이 없는 그런 냉정한 분 아닙니까. 하지만 우리 하나님 아버지는 그런 무책임한 아버지가 아닙니다. 마태복음 28장, 히브리서 13장 말씀처럼 좋으신 하나님 아버지는 한 번도 나를 배신하지 않으시고 떠나시지도 않는 분입니다.”
곧이어 진행된 기도회는 통곡의 시간이었다. 여기저기 흐느끼는 소리로 술렁였다. “하나님께 내 육신의 아버지가 이런 분이었다고 말씀하십시오. 마음 속 속사람의 상처와 아픔을 치유하기 위해선 나를 거부했던 부모와 형제자매, 친지, 이웃을 용서해야 합니다. 누군가를 증오하고 보복하고자 할 때부터 자신의 몸과 마음이 무너지게 됩니다. 자유 하십시오. 십자가 복음을 붙드세요.”
참석자들은 무책임했던 부모, 폭행을 일삼았던 큰형, 비난을 퍼부었던 옆집 아저씨, 자신을 떠나간 아내, 성추행 했던 교사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마음에 평생 짐을 남겼던 이들을 말로 용서했다. 성품과 내면에 악영향을 미쳐온 마음의 쓴뿌리를 제거하기 위해 용서를 선택하고 짐을 털어내는 것이다.
김모(45·여)씨는 “남편이 교도소를 오가고 친정 식구들이 우울증으로 최악의 상태에 있을 때 자살을 생각하다가 세미나를 접하게 됐다”면서 “내면의 치유를 통해 깨진 인격과 부부관계가 회복되고 인생의 해답을 찾는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고 귀띔했다.
내적치유세미나는 주 목사가 1991년 한국대학생선교회(CCC) 간사시절 시작한 사역으로 지난 20년간 4만1500여명이 참석했다. 이 세미나처럼 교계에서 20년 넘게 자신의 콘텐츠를 갖고 명맥을 유지하는 것은 성경통독과 전도폭발 정도다.
주 목사는 “갈수록 현대인에겐 중독과 우울증 등으로 마음의 병이 깊어지고 있는데 문제는 병이 심각할수록 자각증상은 물론 치유의 방법조차 모른다는 것”이라면서 “20년간 세미나가 지속될 수 있었던 것은 성경과 십자가 사건에 기초하고 겸손한 마음으로 속사람의 상태를 주님께 물어보는 데 초점을 맞추다 보니 자연스럽게 내면의 치유와 회복, 변화가 나타난 것”이라고 밝혔다.
안성=글·사진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