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고승덕 의원 국민앞에 진상 밝혀라

입력 2012-01-06 17:54

4·11 총선을 3개월여 앞두고 터져 나온 한나라당 고승덕 의원의 ‘전당대회 돈봉투’ 폭로 사건 파문으로 정치권이 요동치고 있다. 직격탄을 맞은 한나라당은 사태 추이를 예의주시하며 전전긍긍하고 있다. 고 의원이 언급한 ‘친이계로, 대표로 당선된 후보 중 한 명’이 과연 누구인지 진실이 드러나지 않으면서 온갖 억측은 물론 음모론까지 제기되는 등 혼돈 양상이다. 일부 언론이 돈봉투 제공자로 박희태 국회의장을 거명했으나 박 의장은 부인했다.

한나라당의 경우 고 의원 폭로가 알려지자마자 검찰수사 의뢰라는 강수를 통해 진실규명 의지를 과시했지만, 2003년 ‘차떼기 사건’에 버금가는 악재라는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이번 사건으로 한나라당에 대한 혐오감이 심화되고 있다는 게 의원들 전언이다. 더욱이 머지않아 돈봉투를 돌린 전직 당 대표는 물론 돈봉투를 받은 당 소속 의원들이 줄줄이 검찰에 소환될 것으로 예상돼 반(反)한나라당 정서는 계속 확산될 공산이 크다고 하겠다. 계파별 갈등이 다시 불거지면서 비상대책위원회를 통해 추진 중인 사실상의 재창당 작업에도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없지 않다. 친이계가 “돈봉투 구경도 못했다”며 이번 폭로가 친이계 물갈이와 연관돼 있을 것으로 추정하며 반발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진실공방만 난무하고 있는 점도 문제다. 일부 언론은 한나라당 재선 의원의 말이라면서 박 의장이 당 대표 시절 비서실장을 지낸 김효재 현 청와대 정무수석을 통해 고 의원에게 300만원이 든 봉투를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박 의장은 “전혀 모르는 일이고, 나와는 관계없다”고 했고, 김 수석은 “고 의원과 말 한마디 해본 적이 없다”고 펄쩍 뛰었다. 어느 말이 맞는지 헷갈린다.

고 의원은 8일 검찰에 출두해 모든 것을 밝히겠다면서 입을 다물고 있다. 하지만 작금의 정치적 파장을 고려할 때 이는 무책임한 자세다. 즉각 국민들에게 전모를 낱낱이 밝히는 게 도리다. 아울러 누구인지 모르지만, 돈봉투를 건넨 전직 대표도 검찰 소환에 앞서 고백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