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헌 강원도박중독치유센터장 “도박 중독 최고의 치유법은 공감대 형성”
입력 2012-01-06 16:52
강원도 정선에 위치한 국내 유일의 내국인 전용 카지노 ‘강원랜드’에는 밤낮이 따로 없다. 이 주변 일대에는 일명 ‘카지노 앵벌이’라 불리는 노숙자를 비롯해 가산을 탕진하고 쪽방촌에 거주하는 사람들, 실직자, 도박폐인, 사채업자 등이 도처에 깔려 있다.
사행 산업 발전과 더불어 도박중독 폐해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특히 카지노 산업이 발달한 강원지역은 도박으로 인한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실제 강원랜드 주변에 도박피해로 인한 장기체류자는 1000∼2000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들은 스트레스로 인한 질병, 파산, 범죄 및 자살 등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
최근 강원도 내에 도박중독예방치유센터가 들어선 것도 이러한 심각성을 정부가 인식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28일 문을 연 강원도박중독예방치유센터(이하 강원센터) 최정헌 센터장을 만나 도박중독의 문제점, 강원지역 도박 실태, 센터 설립 의의, 향후 계획 등에 대해 들어봤다.
“최근 도박중독으로 고민하고 있는 20대 남성을 만나 상담이 필요하면 언제든 오라고 센터 소개책자를 드린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며칠 뒤 자살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더라고요. 마음이 씁쓸했습니다.” 최 센터장은 “강원도 일대에는 도박중독으로 자살하거나 삶이 파탄 난 경우가 다반사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 되기 전에 도박중독은 조기에 치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지금 이 시간에도 카지노 일대에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이들이 상당하다고 최 센터장은 덧붙였다.
중독으로 인한 위기는 극단으로 치닫는 경우가 많다. 통계청에 따르면 강원랜드가 위치한 정선군의 자살률은 2010년 기준으로 10만명 당 72.9명으로 전국 평균 자살률(10만명 당 31.2명)에 비해 2∼3배 높았다. 이는 강원도 지역에 이번에 개소한 강원센터와 같은 기관이 더 확충돼야 함을 보여준다.
“도박, 알코올, 담배의 공통점은 한 번 중독되면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도박중독자는 본인뿐 아니라 가족들에게도 물질적인 피해와 정신적 고통을 안겨준다는 점에서 심각한 사회 문제를 야기합니다.” 최 센터장은 인터뷰 내내 도박중독은 당사자 뿐 아니라 가족에게 심각한 피해를 입힌다는 점을 지적했다.
최 센터장은 아울러 이번 센터 설립이 갖는 의미가 남다르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에 개소한 센터는 사행산업이 발달한 강원지역 주민들의 도박중독 예방과 치유를 위해 보다 접근하기 쉬운 위치에 있는 것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강원센터는 강원랜드와 85㎞ 거리에 위치해 있다.
이미 강원도에는 민간 주도의 중독센터들이 있다. 강원랜드에서 운영하는 ‘강원랜드중독관리센터(KLACC)’와의 차이점을 묻자, 그는 “KLACC의 경우는 사행산업 사업자가 직접 운영하는 센터라는 생태적 한계를 안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도박 중독자들의 양상은 남녀가 다르게 나타난다. 여성이 낮은 자존감, 외로움에 기인해 도박중독에 빠진다면 남성은 다른 특징을 보인다. 그는 “한국 남성은 자신의 감정을 늘 숨기고 살도록 강요받았다. 도박은 알코올 중독처럼 남성들의 우울증, 낙오감 등의 감정을 해소하는 하나의 수단이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도박폐인 지경에 이르렀을 때 전문가들의 상담을 요청하는 경우는 드물다. 이들은 자신이 중독자임을 인정하지 않거나 혹은 알아도 회피한다. 이와 관련해 최 센터장은 “1차적으로 센터에 직접 방문해 상담을 받을 가능성이 적은 만큼 직접 상담자들을 찾아가는 서비스를 통해 센터를 활성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도 도박중독자 뿐 아니라 가족들에게 최상의 치유법은 ‘공감대’를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최 센터장은 강조했다. 최 센터장은 “중독을 겪는 이들은 정신적으로 극심한 불안감과 우울감에 시달리기 때문에 주변 지인들이 충분히 이야기를 들어주고 이해하는 것이 절실하다”며 “우리 센터는 도박중독자 뿐 아니라 고민이 있는 이들, 지역주민에게 언제든 열려 있다”고 말했다.
장윤형 쿠키건강 기자 vitamin@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