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COPD(만성폐쇄성폐질환)… 환자 폐암 확률 일반인의 4~5배

입력 2012-01-06 16:49


#40대 직장인 A(42·남)씨는 최근 들어 숨이 차고 기침과 가래가 자주 나와 병원을 찾았다. A씨는 난생 처음 들어보는 COPD 경증 진단을 받았다. 이에 20년 넘게 피워 온 담배와 이별을 고하고 새해 금연을 시작했다. A씨는 COPD가 우리나라 10대 사망원인 중 하나로 금연 등 적극적인 예방이 중요하다는 의료진의 권유에 금연 전도사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금연이 최선의 예방책인 COPD에 대해 심재정 고려대 구로병원 교수(호흡기내과)의 도움말을 통해 알아본다.

◇COPD 주요원인은 흡연=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Chronic Obstructive Pulmonary Disease)은 담배나 대기오염, 그 외의 물질들에 의해 숨을 쉴 때 공기가 지나가는 길인 ‘기도’가 점차 좁아져 천천히 호흡 기능이 저하되는 질환이다. 또 폐의 비정상적인 염증반응과 기침, 가래, 운동 시 호흡곤란 등의 증상을 보인다. 심 교수는 “COPD는 폐기능이 50% 이상 손상되기 전까지 기침 등 흔한 증상으로 시작돼 천천히 진행되고 이상을 느껴 병원에서 검사를 받았을 때는 이미 중증인 경우가 많다”며 “조기검진을 통해 진단 받는 환자가 전체 COPD 환자의 5% 내외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심 교수는 한 번 손상된 폐기능은 다시 회복이 불가능해 COPD에 대한 질환 인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일반인들의 COPD 질환 인식은 매우 낮은 편이다. 실제 대한결핵및호흡기학회와 한국갤럽이 2009년 매일 한 갑씩 10년 이상 흡연한 45세 이상 73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결과 COPD 증상을 보유한 2명 중 1명이 관련 치료나 질환 완화를 위해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았고 COPD 조기검진과 치료를 위한 적극적 대처도 미흡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체 응답자의 75%가 COPD를 잘 모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 교수는 “50세 이상 흡연자의 85% 가량은 기침, 가래 등의 위험시기 또는 경증의 COPD 잠재 환자라고 봐야 한다”면서 “증상만으로 병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환자 스스로의 판단이 병을 더 키울 수 있다”고 충고했다.

COPD 환자수와 사망률도 크게 늘었다. 결핵및호흡기학회가 2007년 전국 9개 병원에서 실시한 COPD 입원 환자 증가추이 조사결과 10년간 49%나 환자가 증가했다. 또 2007년 기준 성인남녀 924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결과 45세 이상 성인의 COPD 유병률은 17.2%(남성 25.8%, 여성 9.6%)였다.

◇증상에 맞는 치료와 조기검진 필수= COPD 환자의 80∼90%는 흡연이 주요 원인이다. 일반적으로 하루 1갑 이상 20년 동안 담배를 피운 사람에게 많이 발생하며 증상도 흡연 시작 후 20년이 지나면서 나타난다.

COPD는 초기 단계에서는 아무런 증상이 없을 수 있다. 하지만 COPD가 이미 중증인 경우는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차고 15㎝ 앞에 있는 촛불도 끄기 힘들 정도로 호흡량이 부족해진다. 특히 주된 증상인 기침과 가래는 흡연자들의 공통된 양상이다. 문제는 이런 증상을 나이를 먹으면서 얻는 것으로 가볍게 여겨 우리나라 COPD 잠재환자의 92%가 진료조차 받지 않을 정도로 방치돼 있다는 점이다.

폐기능 검사 등 정기적인 검진을 통한 조기진단이 중요하다. 심 교수는 “COPD가 오래된 감기 증상이나 천식이라고 판단해 방치하는 것은 금물”이라며 “흡연자들의 경우 COPD에 대한 질환 정보를 정확히 이해하려는 노력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COPD와 천식 증상을 혼동해서도 안 된다. COPD와 천식은 다른 질환으로 증상도 다르게 나타난다. COPD는 호흡곤란 등 대부분의 증상을 거의 항상 느끼며, 천식이 밤에 기침이 많은 데 비해 아침 기침이 심한 특징이 있다.

COPD 조기검진은 사망률 감소와 사회적 치료비용 절감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또 COPD 환자는 암에 걸릴 확률도 일반인보다 4∼5배 가량 높고, CODP 자체의 질환 증상 이외에도 COPD에 따른 합병증도 문제가 될 수 있다. 따라서 COPD의 조기진단과 적절한 치료는 환자의 폐기능과 삶의 질을 개선시키고 환자의 급성악화 예방, 사망률 감소 등의 효과를 가져 온다. 전문가들은 하루 한 갑씩 10년 이상 담배를 피웠고 40세 이상이라면 현재 금연 중이어도 매년 정기적인 폐기능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와 관련, 심 교수는 “COPD 질환 인식개선을 위해 정부의 관심과 정책적 지원이 더 필요하다”며 “40세 이상 흡연자들의 경우 금연과 정기적인 폐기능 검사로 자신의 건강을 되돌아보는 2012년이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송병기 쿠키건강 기자 songbk@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