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 연봉 28% 깎아라”… 싱가포르, 공직자 고액연봉 비난여론 달래기

입력 2012-01-05 18:53

세계 최고 수준이던 싱가포르 공직자와 국회의원의 급여가 크게 삭감된다. 싱가포르 정부와 여당인 인민행동당(PAP)이 국민들의 비난 여론를 달래기 위해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5일(현지시간) 싱가포르 국민의 정치 변화 욕구가 거세지면서 싱가포르 정부 여당이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정책을 모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리셴룽(李顯龍) 싱가포르 총리가 임명한 공직 임금 검토위원회는 4일 총리의 연봉을 28% 삭감토록 하는 등의 각료 급여 인하 권고안을 발표했다.

권고안에 따르면 총리의 연봉은 220만 싱가포르달러(19억6500만원)로 28%, 토니 탄 대통령의 연봉은 150만 싱가포르달러(13억4000만원)로 51% 삭감된다. 위원회는 장관 연봉은 110만 싱가포르달러(9억8200만원)로 31%, 선출직 국회의원의 연봉은 19만2500싱가포르달러(1억7300만원)로 3% 삭감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삭감된 연봉도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이다. 총리 연봉이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4배, 존 키 뉴질랜드 수상의 5.5배에 달한다.

싱가포르 정부와 여당이 공직자의 임금 삭감에 나선 것은 야당을 중심으로 고액의 공무원 연봉에 대한 비난 여론이 비등한 데다 국민의 정치 변화 욕구가 거세지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8월 대선에서 친여당 성향의 후보가 득표율이 문제일 뿐 손쉽게 승리를 거둘 것으로 전망됐으나 예상 외로 재검표까지 가는 피 말리는 접전이 펼쳐졌다.

싱가포르 민주당 대변인 제임스 고메즈는 “급여 인하 권고안은 첫 발자국에 불과하며 정부 여당은 관료와 정치인의 급여를 여전히 민간기업 수준에 연동하려는 근본적인 철학은 바꾸지 않고 있다”며 “그러나 결국에는 국제적 수준으로 맞춰야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진영 기자 jy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