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공화, 이념 분열로 내부 대혼란… 색깔 다른 후보 3인, 핵심 보수층 흡수에 한계 지적 일어

입력 2012-01-05 21:54

공화당 릭 샌토럼 전 상원의원의 ‘아이오와 돌풍’은 계속 이어질 수 있을까. 그 돌풍은 공화당의 이념 분열로 확산되지 않을까.

사상 초유의 접전을 보여준 아이오와 코커스 결과는 복잡한 공화당 내부의 기류를 보여주고 있다. 이번 코커스에서 1∼3위를 차지한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 릭 샌토럼 전 상원의원, 론 폴 하원의원이 지향하는 정치적 이념은 뚜렷하게 대비된다.

롬니는 정통 보수세력으로부터 정체성을 의심받을 정도로 중도 성향을 지니고 있다. 여러 모로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그가 결정적으로 공화당 내에서 구심력을 갖지 못하는 이유는 과연 보수 진영을 대표할 수 있는 이념을 갖고 있는가에 대한 회의 때문이다.

롬니는 매사추세츠 주지사 시절, 보수 세력이 강하게 반대하고 있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건강보험법과 비슷한 정책을 강력히 펼쳤다. 정치현실적으로는 중도파 유권자를 끌어모을 수 있는 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핵심 보수세력이 선뜻 인정하지 이유다.

샌토럼은 낙태·동성애를 반대하고, 외교안보 분야에서도 강경 노선을 추구하는 보수주의자다. 국내외 현안과 관련해 보수 핵심세력의 주장과 흐름을 같이한다. 이번 경선에서 돌풍을 일으킨 근본 원인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돌풍이 경선 레이스 끝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그가 아직은 대선 후보로 우뚝 설 만한 정치적 역량을 갖고 있느냐에 대한 의문 때문이다. 공화당 내 비주류인 폴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그의 외교안보 정책은 늘 공화당의 당론과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경선 과정에서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는 것 자체가 당내 여론 분열 심화라고 보는 분석도 있다.

이번 달에 남은 뉴햄프셔, 사우스캐롤라이나, 플로리다의 경선은 선두권 3인의 각축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보수세력은 이 과정에서 어떤 정치적 이념이 정권 교체에 더 이로울 것인지를 가늠할 것으로 보인다.

조심스럽게 아이오와 코커스를 지켜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재선캠프는 “공화당 경선이 별것 아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단 2008년 ‘오바마 돌풍’과 비교해볼 때 이번 공화당 경선은 일단 미미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참여 인원이 4년전 민주당 경선(23만 9000명)의 절반 정도인 12만명에 불과해 경선 후보들의 파괴력이 작다고 보고 있다.

오바마 재선 전략을 책임지고 있는 데이비드 액설로드는 언론 인터뷰에서 롬니를 “미스터(Mr.) 25%맨(Man)”이라고 비꼬았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