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5 이행 협의’ 등 당근 제시… 北 협상테이블로 유도

입력 2012-01-05 18:52

통일부가 5일 밝힌 올해 업무계획은 남북대화 채널 개설에 전향적으로 나서겠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단절됐던 남북대화 창구가 열리지 않을 경우 한반도 정세의 안정적 관리나 남북관계의 정상적 발전, 실질적 통일미래 준비 같은 정책 목표가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통일부는 북한을 대화로 유인하려는 다양한 포석을 마련했다. 대화 재개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웠던 천안함·연평도 도발 선(先)사과를 철회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게 가장 눈에 띈다. 북한이 지금까지 주장해 온 ‘조건 없는 대화’와 맞아 떨어지는 대목이다.

정부가 6·15 선언(2000년 1차 남북정상회담), 10·4 선언(2007년 2차 남북정상회담) 등 기존 합의 이행 문제를 협의사항에 포함시킨 것도 주목된다. 그동안 현 정부는 전 정권 때 이뤄진 두 선언 이행에 매우 소극적이었다. 햇볕정책의 중심인 만큼 이명박 정부의 원칙 있는 남북관계 노선과 맞지 않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올해 이 두 선언 이행 문제를 선제적으로 제기해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겠다는 게 통일부의 전략이다.

아울러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와 제2개성공단 추진, 백두산화산 공동연구, 수해방지, 산림조성 협력 등의 세부사항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데에서도 정부의 대화 의지를 읽을 수 있다. 류우익 통일부 장관은 브리핑에서 “북한의 선택에 대해 동포애적 차원에서 기꺼이 나서서 전폭적으로 도울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하며 ‘빨리 대화하자’는 강력한 제스처까지 보였다.

하지만 북한이 어떻게 나오느냐가 채널 개설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북한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이명박 정부와 상종하지 않겠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특히 우리 정부의 김 위원장 조의 및 조문과 관련한 입장 표명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터뜨리고 있는 상황이다. 새로 등장한 김정은 체제가 안정될 때까지 대화여건이 성숙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한 대북 전문가는 “북한이 내부 상황을 정리하고 나야 이산가족 상봉과 같은 인도적 차원의 대화 창구가 열리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용웅 기자 yw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