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만의 성과급 잔치… 배 두드리는 은행권

입력 2012-01-05 18:44


4대 지주 2011년 당기 순익 2010년 합계보다 배 이상 증가

지난해 사상 최대의 이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진 은행권이 대규모 성과급 잔치를 벌인다. KB금융과 하나금융은 지난 연말 성과급을 지급했고 신한금융, 우리금융 등도 100∼300%의 성과급을 지급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 중이다.

하지만 이를 두고 금융권 밖에서는 논란이 적지 않다. 지난해 실적 부진으로 성과급 지급계획이 없는 증권사는 은행권이 부러울 따름이지만 여전히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서민·중소기업으로서는 글로벌 경기불황이 이어지는 판에 보너스 잔치가 가당치 않다는 입장이다.

◇은행권 이익 사상 최대치=5일 업계에 따르면 신한금융, KB금융, 우리금융, 하나금융 등 4대 금융지주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10조원에 이른다. 이는 4대 금융지주의 2010년 순이익 합계보다 배 이상으로 늘어난 수준이다. 신한금융은 3조원 이상, KB금융과 우리금융은 2조원대, 하나금융은 1조원대의 순익이 예상된다.

신한금융 계열 신한은행의 성과급 규모는 가장 큰 순익을 낸 만큼 은행권 최고 수준인 최대 300%지급을 논의 중이다. 우리은행은 100% 지급을 거론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 눈치를 보고 있으나 지난 6년 동안 성과급을 받지 못한 점을 강조하고 있다.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은 이미 연말에 성과급을 지급했다. 국민은행은 지난달 30일 월 급여의 150%와 피복비·구두비·연차수당 등을 지급해 사실상 성과급은 200%에 이른다. 하나은행도 지난달 100%의 성과급을 지급했다.

◇다시 도마에 오른 은행의 사회적 책임=은행도 기업이기에 이익을 많이 낸 만큼 그간 고생한 직원들에게 보상 차원에서 성과급을 지급하는 것이야 문제 삼을 게 못 된다. 일부 은행의 경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급여 일부를 반납하기도 했으니 보상차원에서 보면 당연한 측면도 있다.

그러나 은행권의 이익 급등 배경을 꼼꼼히 따져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지난해 11월 말 공개된 ‘금융통화위원회 10월 의사록’에 따르면 은행 수익의 상당 부분이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의 기여로 이뤄졌다. 지난해 하반기 들어 본격화된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규제로 대출금리는 올라간 반면 예금금리는 낮은 수준을 유지함에 따라 예대마진이 확대됐다는 얘기다.

의사록에는 “은행 수입이 커진 배경에는 금융위기 이후 일반 국민의 부담을 바탕으로 한 정부와 중앙은행의 정책적 지원이 자리 잡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은행이 업계 이기주의 차원에서 성과급 잔치를 벌이는 것은 은행의 공공성 확보 뿐 아니라 사회통합 차원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한편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크게 줄어든 국내 영업 62개 증권사는 대부분 성과급 지급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0월 이후 주가지수가 반등해 시장 분위기는 좋아졌지만 거래대금이 줄어들어 실적전망이 밝지 않다는 것이다.

조용래 기자 choy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