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나라당, 보수 근본가치 훼손해선 안된다
입력 2012-01-05 22:10
한나라당이 정강정책 개정을 추진하면서 ‘보수(保守)’라는 문구를 삭제하는 문제를 검토 중이다. 해당 내용은 2006년 정강정책에 삽입된 ‘한나라당은 지난 60년 동안 대한민국의 비약적인 발전을 주도해 온 발전적 보수와 합리적 개혁의 역사적 정통성을 계승한다’에 포함돼 있다. 비상대책위 정책쇄신분과 위원장인 김종인 위원이 삭제를 주도하고 있다. 김 위원은 스스로 ‘보수’라고 규정하면 발전적 변화가 불가능하며, 외연을 확대하는 데 장애가 되며, 정강정책에 ‘보수’를 명시한 사례를 외국 정당에서 찾아볼 수 없다는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당내에서 “왜 보수를 삭제하느냐” 또는 “불필요한 분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반대 의견이 나와 어제 회의에서는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계속 논의키로 했으나 삭제될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한나라당 정체성과 관련된 민감한 사안이어서 논란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재창당을 뛰어넘는 쇄신’ ‘뼛속까지 쇄신’을 추구하고 있는 비상상황이기 때문에 충분히 논의할 만한 대상이라고 본다.
김 위원의 지적 외에 ‘보수’ 용어에 대한 일부의 시각이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젊은층에게 유연하다기보다 고지식하다는 인상을 주고, 시대흐름에 뒤떨어진다는 느낌도 준다. 보수 진영에서조차 ‘늙은 보수’ ‘완고한 보수’ 대신 ‘젊은 보수’ ‘열린 보수’를 지향해야 한다거나 ‘보수를 보수(補修)해야 한다’는 지적들이 제기되고 있는 것은 이런 연유에서일 것이다. 민생보다 특정이념을 우선시할 때도 아니다.
한나라당이 ‘보수’란 용어 삭제 여부와 관계없이 유념해야 할 부분이 있다. 그것은 우리나라의 근간인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지키는 일에 소홀함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벌써부터 일각에서는 한나라당이 야당처럼 진보좌파로 기울거나, 진보도 보수도 아닌 어정쩡한 지대(地帶)에 머물러 양측으로부터 다 버림받는 게 아니냐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좌파를 흉내 내는 어설픈 포퓰리즘 정책으로는 결코 국민의 공감을 얻을 수 없다. 박근혜 비대위원장 말대로 국민만 바라보고 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