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당대회 돈봉투’ 배후 명확히 밝혀라
입력 2012-01-05 22:09
여당 지도부 경선 과정에서 돈봉투가 오갔다는 폭로가 나왔다. 구시대 정치의 대표적 유물인 매표 행위가 아직도 근절되지 않았다니 개탄스럽다.
한나라당 고승덕 의원은 2008년 18대 총선 이후 열린 한 전당대회 때 어떤 당대표 후보 진영으로부터 현금 300만원이 든 봉투를 받았다가 돌려준 사실을 공개했다. 돈봉투는 해당 후보와 같은 친이명박계 의원이 전달했으며, 이 후보가 당 대표에 당선된 이후 지금까지도 고 의원을 음해하고 있다는 뒷얘기까지 소개했다. 여당 내 경선에서 ‘모 후보는 몇십억원을 썼다더라’는 등의 이야기가 떠돌기는 했으나 직접 돈을 받은 의원의 입을 통해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
선거에서 금품으로 표나 지지를 사는 것은 범법 행위다. 같은 당원끼리 선거를 하는 당내 경선이라고 돈을 주는 쪽이나 받는 쪽이 안일한 의식을 가질 수 있겠지만, 매표 행위는 정당정치와 민주주의의 근간을 훼손하는 파렴치한 행태이자 분명한 범죄행위다. 국회의석의 과반을 점하고 있는 다수당 지도부 경선에서 금권선거가 버젓이 자행됐다니 충격적이다. 조속히 사건의 진상을 밝혀내 관련자들에게 응분의 책임을 지워야 한다.
이런 점에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가 이번 사안에 대해 검찰에 곧바로 수사를 의뢰한 것은 적절했다. 자체 조사를 한답시고 우물대다간 국민들로부터 불필요한 의혹을 계속 받을 수 있다. 조사를 수사기관에 맡기고 정치권은 이번 일을 잘못된 정치문화 척결의 계기로 삼는 게 옳다.
이번 사건을 놓고 야당들은 한나라당을 몰아세우고 있지만 강 건너 불구경 하듯 할 일이 아니다. 국민들은 야당 가운데 금권선거 시비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곳이 몇 곳이나 될지 고개를 갸우뚱거리고 있다. 고 의원도 이번 사건을 폭로하면서 “무소속으로 당선된 후 야당에 들어간 어느 의원에게 무소속 출마 이유를 묻자 ‘공천 받을 돈이 없어서’라고 답했다”며 공천헌금 의혹을 제기했다. 야당도 정치공세에만 열을 올릴 게 아니라 내 눈에 들보는 없는지 주위를 되돌아보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