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여성일꾼 국제무대 더 진출해야”… 아시아기독교협의회 국장 취임하는 문정은 목사
입력 2012-01-05 17:52
한국 여성이 국제 에큐메니컬 기구에서 중량감 있는 직책을 맡는 ‘경사’가 났다. 주인공은 오는 10일부터 아시아기독교협의회(CCA)에서 신앙·선교·일치국(Faith, Mission & Unity) 국장으로 일하게 된 문정은(41) 목사.
그동안 박상증 안재웅 목사가 CCA 총무를 역임하고 금주섭 김동성 목사가 각각 세계교회협의회(WCC) 선교와전도위원회 총무와 아시아지역 국장으로 재직하는 등 남성 목회자가 세계기독교단체의 요직에 진출한 사례는 종종 있었지만 여성이 비중 있는 자리를 맡게 된 것은 처음이다.
“CCA는 말 그대로 아시아교회를 대표하는 교회기구입니다. 한국의 민중신학도 CCA를 통해 소개됐습니다. 당장에 CCA 신학회보 편집과 오는 6월 감신대에서 열리는 아시아여성신학자 회의와 아시아신학자협의회 준비를 해야 합니다. 한국의 신학을 세계에 알리고 아시아 신학을 세워나가는 데 힘쓰겠습니다.”
그는 장신대 기독교교육과와 신대원을 졸업하고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간사, 예장 통합 행정지원본부 기획국 간사로 활동했다. CCA는 21개국 100개 회원교단, 17개 교회협의회가 회원으로 가입된 아시아 최대 에큐메니컬 기구다. 태국 치앙마이 파얍대학교 내에 본부를 두고 있으며, 총무와 3명의 국장, 행정요원이 근무한다. 한국에선 예장 통합, 기장, 기감, 성공회, 구세군, NCCK가 소속돼 있다.
“제가 맡은 일은 아시아 상황에 근거한 성경해석과 아시아 신학 제시, 종교간 대화와 협력, 에큐메니컬 지도자 훈련과 프로그램 기획입니다. 아시아교회가 공통적으로 직면하고 있는 빈곤문제도 다룰 예정입니다.”
문 목사는 인도교회 등에서 추천받은 신학 박사급 지원자 4명을 물리치고 CCA 인선위원회에서 선택됐다. 다양한 에큐메니컬 자원봉사 경험과 한국사역의 성실성을 인정받은 게 주요인이었다.
“복음 앞에 빚진 자라는 심정으로 대학 1학년 때부터 다양한 국제회의에 자원봉사자로 참여했습니다. 1990년 마닐라에서 열린 CCA총회 봉사자로 참여해 빈곤과 군비축소, 인권문제를 어깨 너머로 배운 게 처음이죠. 교회와 전통적인 예배밖에 모르던 보수적인 장로교인이었지만 그때부터 사회적·국제적 이슈에 눈을 뜨게 됐고 에큐메니컬 운동에 참여하게 된 거죠. 한국교회는 규모에 맞게 국제무대에 더 많은 여성 일꾼을 진출시켜야 한다고 봐요.”
그의 부친은 아랍에미리트 두바이한인교회 초대 담임목사를 지낸 문종호 목사이며, 남편은 예장 통합 해양의료선교회 총무를 맡고 있는 윤신영(53) 목사다. 문 목사의 임기는 2015년까지다.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