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운의 과학자 바빌로프의 드라마틱한 삶… ‘바빌로프’

입력 2012-01-05 18:17


굶주림으로 죽어가는 이들을 위해 세계 곳곳을 찾아다니며 작물을 수집하고 연구했지만 스탈린의 정치적 희생양이 돼 감옥에서 영양실조로 죽음을 맞은 비운의 과학자. 러시아 식량학자 니콜라이 이바노비치 바빌로프(1887∼1943)의 드라마틱한 삶을 이데올로기와 과학, 국가와 과학자의 관계 등을 통해 긴장감 있게 서술한 전기이다.

바빌로프는 기아로 고통 받는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서는 작물의 유전적 다양성이 중요하다고 여겼다. 또한 척박한 땅과 혹한의 기후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작물을 개발하려 노력했다. 그는 파미르 고원에서 에티오피아, 아마존 열대 우림, 아메리카 대륙까지 위험을 무릅쓰고 지구촌 구석구석을 탐사하며 종자를 모으고 작물을 연구했다.

레닌의 지원을 등에 업고 왕성한 활동을 벌이던 그는 그러나 스탈린 집권 이후 과학정책이 바뀌면서 반역자로 몰려 감옥에서 쓸쓸하게 숨졌다. 빙하 주변에서 노숙을 하고, 가파른 절벽을 따라 위험하게 난 좁은 길을 말과 함께 지나다 목숨을 잃을 뻔 하는 등 세계를 누비며 탐험하는 그의 모습이 한 편의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서순승 옮김.

이광형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