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은 과연 객관적이고 공정한가… ‘시간과 권력의 역사’
입력 2012-01-05 18:14
달력은 일견 객관적이고 공정해 보인다. 하지만 우리 모두는 달력의 보이지 않은 힘에 종속돼 있다. 기원전 2세기 고대 로마에서는 달력이 권력 통제 수단이었다. 당시 권력자들은 장날과 민회가 겹치면 평민들이 몰려들어 정치적 목소리를 낼까 봐 전전긍긍했다. 로마의 정치가 호르텐시우스는 장날과 민회가 겹치지 않도록 달력을 손봤고 이를 법으로 명문화했다. 기원전 287년 제정된 호르텐시우스법이 그것이다. 고대 로마뿐만 아니라 근대 아시아에서도 달력은 위정자들이 애용하는 지배 도구였다. 1873년 일본 천황은 다음해 달력이 인쇄 중인데도 불구하고 그레고리력 개혁을 단행했다. 윤달이 끼어 있는 1873년 관료에게 지급해야 할 한 달치 급료를 줄이려고 달력을 개정한 것이다. 우리가 일요일을 법정 공휴일로 정하고 쉬게 된 이유는 뭘까. 7일 주기의 일주일은 헬레니즘 시대에 생겼다는 것이 정설이다. 토성과 목성 등 7개 행성에서 따온 시간 체계에 안식일(금요일 저녁부터 토요일 저녁)이 끝나는 다음날인 일요일에 공동예배를 드리는 유대교 제도가 결합하고 콘스탄티누스가 일요일법을 제정함으로써 정착됐다. 저자는 독일 에르푸르트 대학 비교종교학 교수.
정철훈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