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오와 코커스 현장에 가보니… 초등학교 회장 선거 방불

입력 2012-01-04 21:57

마치 초등학교 반장 선거를 하는 듯한 편안한 분위기였다.

3일 저녁, 식사를 마치고 마실 나오듯이 모인 동네 사람들이 하나둘씩 아이오와주 디모인 외곽 라이트 초등학교 체육관에 모였다. 공화당 대선후보 선거인단을 뽑기 위한 아이오와주 제98 프리싱크트(최소선거구)의 공화당 코커스(당원대회) 현장이다. 6개 탁자에 60여명의 당원들이 앉았는데, 부모를 따라와 옆에서 숙제를 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입구에서 당원 여부를 확인하지만, 즉석에서 당에 가입하면 투표권을 얻을 수 있다.

7시가 되면서 이 선거구의 임시의장 휴이스 올슨이 투표 개시를 선언했다. 각 후보들의 지지 당원이 나와 정중하게 한 표를 부탁했다. 30분 뒤 투표가 시작되면서 공화당 코끼리 마크가 찍힌 파란색 투표 용지가 한 장씩 나눠졌다. 일련번호도 없다. 3명의 보조요원이 ‘누구 안 받은 사람 있나요’라고 물어보면서 용지를 나눠준다. 보조요원들은 올슨 임시의장의 부인과 두 딸이다.

칸막이 기표소도 없고, 도장도 없다. 그냥 용지에 찬성하는 사람의 이름을 써넣는다. 가족끼리 나온 사람들은 누구를 쓸까 의논도 하고, 이미 쓴 이름을 서로 보여주기도 한다. 두 번째 투표라는 유니스 제인(30)에게 누구를 쓸 것이냐고 물어보자, 잠시 고민하는 듯한 표정을 보이더니 “릭 샌토럼을 쓰겠다”고 말했다. 그의 정치적 소신이 마음에 든단다.

보조요원들은 뚜껑이 없는 종이상자를 돌려 투표용지를 걷었다. 초등학교 회장선거나, 반상회투표 분위기다. 한 청년은 겹쳐진 투표 용지를 두 장 받았다며 한 장을 돌려주기도 했다. 참가자 중 원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집계를 참관할 수 있다. 관리 요원들은 백지에 연필로 표계산을 하기 시작했다. 전체 63표 가운데 론 폴이 20표로 1위를 차지했고, 뉴트 깅리치 12표, 릭 샌토럼 10표, 밋 롬니 9표, 릭 페리 8표, 미셸 바크먼 3표 차례였고, 빈 종이(1표)를 낸 이도 있었다. 어떤 투표용지는 ‘페리’ 등 성 없이 이름만 쓰여 있고 스펠링이 틀린 것도 있었지만,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었다.

디모인(아이오와주)=김명호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