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세 뚫은 롬니, 대세론 힘 받을까… 美공화 아이오와 코커스, 2위 샌토럼과 피말린 승부
입력 2012-01-04 21:56
3일(현지시간) 치러진 아이오와 코커스는 미국 선거역사상 가장 치열한 경선으로 기록됐다. 밤 12시 35분쯤까지 1774개 선거구 중 1773개를 집계한 결과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가 릭 샌토럼 전 상원의원(펜실베이니아)에 단 한 표 차이로 진 상태였다. 계속 엎치락뒤치락해 막판 발표 시점까지 아무도 누가 1등이 될지 예상하지 못했다. 최종 집계가 새벽 1시30분까지 늦어진 것은 한 선거구의 개표 결과가 공화당 선관위로 전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 선관위는 지역 선관위 관계자가 보고하지 않고 퇴근했다고 주장했고, 지역 선관위 관계자는 이미 보고를 했다고 반박하는 해프닝이 있었다.
◇롬니 선방, 샌토럼 돌풍=1위를 차지한 롬니는 선방을 했고, 샌토럼은 돌풍을 일으켰다. 보수지역인 아이오와는 롬니의 강세 지역이 아니다. 2008년에도 롬니가 25%를 얻어 2위를 했던 곳이다. 롬니는 모르몬교도로서 이곳에서 한계를 알기 때문에 전력을 다하지 않았다. 이곳에서 2위만 하면 다음주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서 승리해 초반 대세를 잡을 수 있다는 계산을 했다.
그가 1위를 차지함으로써 공화당 내에서 롬니 대세론이 불 것으로 보인다. 이번 경선에서 돌풍을 일으킨 샌토럼은 보수세력 내에서 뚜렷하게 각인됐지만, 경선 레이스 후반까지 이런 상태로 질주할 것이라고 예단하기는 아직 이르다. 선거자금에 있어 롬니가 다른 주자들에 비해 압도적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샌토럼 돌풍은 신선하다. 그의 돌풍 조짐은 아이오와 코커스를 개최하기 불과 일주일 전부터 시작됐다. 모르몬교도인 롬니를 마땅찮게 여기면서 이리저리 옮겨다니던 보수적인 공화당 표심은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으로 모였다. 하지만 그의 비도덕적인 이혼 경력이 다시 불거지면서 급락한 지지율이 그대로 샌토럼으로 이동했다는 분석이다.
샌토럼 돌풍의 원인은 그의 강경 보수적 정치 성향 때문이다. 보수적 기독교 신앙을 갖고 있는 그의 주장은 공화당내 본류들의 정서를 충분히 반영할 만한 정치적 성향을 갖고 있는 것이다.
그는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번에는 롬니와 승부를 내지 못했다”면서 “다음주 뉴햄프셔주에서 재경기를 갖자”고 자신감을 표출했다. 그의 선거전략은 주효했다. 롬니가 비교적 아이오와에서 약하다는 점을 노리고, 샌토럼은 ‘정치적 상징성’을 차지하기 위해 지난 1주일 동안 모든 것을 아이오와에 투자했다. 유일하게 99개 전 카운티를 돌았고, 선거자금도 거의 대부분을 쏟아부었다. 아이오와 돌풍 전략이 들어맞은 것이다.
◇뉴햄프셔 프라이머리는=뉴햄프셔는 롬니의 뒷마당이라고 불릴 정도로 그의 강세 지역이다. 그는 2008년 이곳에서 32%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롬니가 뉴햄프셔에서 강세를 보이는 것은 일단 그가 주지사를 지낸 매사추세츠주와 바로 붙어있다는 점 때문이다. 그의 별장이 뉴햄프셔에 있어 자주 들르는 곳으로 이 지역 유권자들에게도 잘 알려져 있다.
특히 뉴햄프셔 등 동부지역은 진보적 성향이 강하다. 주지사로서 롬니의 정책은 ‘중도 보수주의적’으로 불리면서 진보적 성향이 가미됐었다. 그런 롬니의 정치적 성향이 공화당 대선주자들 중에서 뉴햄프셔 유권자들에게 가장 들어맞는다는 분석이 많다. 현재 시스템이 정착된 1980년 이후 첫 경선지인 아이오와에서 1위를 차지했다고 모두 대선 후보가 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아이오와 코커스나 뉴햄프셔의 첫 프라이머리(예비선거) 둘 중 한 곳에서 1위를 하지 못했던 대선주자가 후보가 된 경우는 없었다.
디모인(아이오와주)=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