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중생 술 먹여 집단 성폭행… 막가는 ‘일진’ 경악

입력 2012-01-04 21:51


경기도 여주군의 시골 중학교에서 ‘일진’ 출신 졸업생이 후배 일진과 합세해 학생들에게 폭력을 휘두르면서 돈을 뜯다가 경찰에 덜미가 잡혔다. 이들은 가출한 여중생을 성폭행하는 등 서슴지 않고 비행을 저질러 충격을 주고 있다.

경기도 여주경찰서는 4일 중학 1학년생 22명, 2학년생 19명을 학교 인근 야산 등에서 폭행하고 61차례 260만원 상당을 빼앗는 한편 가출 여중생 2명을 집단 성폭행한 혐의(공갈·갈취·성폭력특별법 위반)로 여주 Y중학교 3학년 김모(15)군 등 4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1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해 2∼11월 학교 안팎에서 폭력을 휘둘렀다. 가해자 22명 중 2명은 이 학교 일진 출신의 무직 청소년이었고, 1명은 인근 고교 1학년생이었다. 특히 특수절도 공갈 무면허운전 등으로 형사처벌 전력이 있는 문제아들이 포함된 일진들의 행태는 조직폭력배와 같은 범죄 양상를 보인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수사 결과 가해자들이 재학생 1명에게 “돈을 모아 갖고 오라”고 지시하며 공포분위기를 조성하면 지목된 학생은 동급생 여러 명에게서 돈을 거둬 5만∼30만원씩 모아 상납한 것으로 조사됐다.

더욱이 김군 등 6명은 지난해 11월 4일과 6일 밤 가해 학생 1명의 집과 모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가출한 여중생 2명에게 강제로 술을 먹인 뒤 성폭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싫다”며 반항하는 피해 여중생들을 성폭행하면서 범행 장면을 휴대전화로 동영상 촬영하기도 했다. 이들은 경찰에서 “자랑하려고 (동영상을) 찍었다”고 진술했으나 동영상은 이미 삭제돼 없는 상태다.

김군은 또 지난해 11월초 후배 남학생 7명에 대해 성추행도 저질렀다. 이 과정에 가해자들은 그들의 지시를 이행하지 않거나 나쁜 소문을 내고 다니는 후배 10명을 야산으로 불러 주먹과 발로 마구 때리는 등의 방법으로 철저히 통제했다.

일진의 말을 듣지 않는 1, 2학년생들에게는 가슴을 눌러 정신을 잃고 쓰러지면 집단 구타해 깨어나게 하는, 자칫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기절놀이’로 괴롭혔다.

한 수사 경찰관은 “가해 학생들은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으면서도 죄의식이나 뉘우치는 기색이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교육당국은 소위 일진들이 학교폭력을 대물림하는 등 학교폭력 통제불능 상태에 놓였는데도 이들에 대한 감시를 소홀히 해 이 같은 피해를 낳았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더욱이 해당 학교는 한 달에 한 번씩 학교폭력에 대한 설문조사를 하고, 또래 상담사 15명을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도 예측 가능한 일진들의 비행을 낌새조차 파악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가해 학생들의 행각은 피해 학생들의 학부모들이 지난해 11월초 피해 사실을 학교 알린 뒤 학교 측이 1, 2학년생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벌여 일부 확인됐고, 2개월간의 경찰수사로 전모가 드러났다.

여주=김칠호 기자 seven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