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아의 행복 스케치] 얼굴 생김새와 성품

입력 2012-01-04 18:49


한 사람의 얼굴 생김새와 내면의 성품은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까. 나는 강연할 때 청중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곤 한다. “여러분은 한 사람의 인상(얼굴)이 그 사람의 내면(성품, 성격)과 얼마나 일치한다고 생각하십니까”라고. 그러면 청중들은 머리를 갸우뚱거리며 외면과 내면이 80% 일치한다고 대답한다. 정답은 반반이다. 흔히 경찰서 입구에서나 볼 수 있는 ‘현상 수배자’들의 얼굴을 보라. 선하게 생긴 얼굴과 악하게 생긴 얼굴이 반반임을 알 수 있다. 얼굴이 부드럽게 생기면 마음도 부드럽고, 차가운 생김새라면 마음까지도 차갑다고 느끼는 것이다. 따라서 타고난 얼굴 생김새와 내면은 철저히 별개의 것이다.

우리 주변에는 타고난 얼굴(첫인상)은 참 순하고 부드러운데, 만남이 지속될수록 내면이 사자처럼 사나운 사람이 있는가 하면, 첫 인상은 무뚝뚝하고 차갑지만 만날수록 성품이 온유하고 친절한 사람도 있다. 그래서 나는 얼굴 관상학자나 인상학자들의 주장을 철저히 거부한다. 그들은 단순히 광대뼈가 나오면 팔자가 세고, 여성의 입술이 두꺼우면 애정운이 있다는 식으로 얼굴 생김새의 느낌으로 운명을 점치기 때문이다.

물론 인간은 외모(얼굴 생김새)로 판단 받는 존재인 측면이 있다. 좋은 얼굴 인상을 타고난 사람은 대인관계, 특히 첫인상에서 유리할 때가 많다. 반대인 경우엔 대인관계에서 불리해지기도 한다. 타고난 얼굴 생김새 때문에 낭패를 당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던 한 기업가의 얘기가 일간지에 실렸다. 그는 평생 콘도미니엄 관련 사업을 해왔다. 젊은 시절 새로운 사업 장소를 물색하기 위해 자주 산행을 했다.

그가 어느 날 산에 올라 산세를 이리저리 살피고 있는데 마침 산에 오른 남자 초등학생들에게 간첩으로 오인돼 경찰에 신고됐고 체포당할 뻔했다. 이런 일을 여러 번 겪었다는 내용이었다. 나는 그 기사를 읽으면서 재빨리 그의 얼굴 사진을 봤다. 아니나 다를까, 초등학생뿐만 아니라 누가 봐도 간첩으로 오인할 만한 얼굴이었다. 피부색은 햇볕에 그을려 새까만데다, 가늘고 작은 눈매는 위로 향하고 광대뼈는 나왔다. 게다가 움푹 들어간 볼, 얇은 입술까지 더해 영락없이 ‘간첩 얼굴’이었다.

하지만 외모와 달리 그의 내면은 성실과 근면, 창의력, 통찰력, 열정이 가득해 매우 매력적인 CEO의 면모를 갖췄다. 만약 관상학자가 그의 관상을 본다면 과연 그의 사업가적 성공을 캐치할 수 있었을까 의구심이 들었다. 그는 비록 몇 초 만에 결정되는 첫인상에선 불리하지만, 내공으로 쌓여진 카리스마로 갈수록 상대에게 호감을 주는 스타일이었다.

이번에는 타고난 얼굴이 아니어도 후천적 노력으로 좋은 인상으로 바꾼 황수관 박사의 예를 들어보자. 그는 스스로 자신의 과거 얼굴을 “소도둑같이 생겼었노라”고 말했다. 그리 호감을 주지 못하는 얼굴 생김새로 태어나 불편함을 당했던 그의 얘기는 유명하다. 그가 젊었을 때만 해도 헌병이나 경찰의 불심검문이 잦았던 시절이었다.

어느 날 시외버스를 타고 가는데 헌병들이 버스를 세웠다. 버스에 올라탄 헌병들은 승객들의 얼굴을 쭉 한 번 훑어보고는 자신에게만 다가와 신분증 제시를 요구했다.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고 매번 반복되다 보니 자신의 얼굴에 문제점이 있다는 것을 인식했다. 거울 속에 비치는 자신의 무표정한 얼굴이 현상수배자처럼 느껴졌다나. 그는 그때부터 날마다 웃는 얼굴 연습을 했다. 일상에서도 무표정한 얼굴을 의식해 애써 미소 지었다. 그랬더니 자신의 얼굴이 몰라볼 정도로 부드러워졌다. 정말 그의 얼굴은 매력적으로 변했다. 입꼬리가 위로 향해 힘껏 올라가고 부리부리한 눈은 하회탈 눈매로 변화되었던 것이다.

이처럼 타고난 얼굴이 호감을 주지 못하더라도 자신의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호감을 주는 얼굴을 만들 수 있다. 일상에서 자주 웃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상책이다.

(이미지 컨설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