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생 성폭행 미군 국민참여재판 열릴까?… 피의자, 여론 악화 예상 불구 스스로 신청

입력 2012-01-04 18:43

여고생을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주한미군 병사가 국민참여재판을 신청, 성사 여부가 주목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형두)는 4일 여고생을 성폭행하고 금품을 훔친 혐의(성폭력특례법상 강간치상 등)로 구속기소된 미8군 제1통신여단 소속 R이병(21)이 낸 국민참여재판 신청을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국민참여재판은 재판을 맡은 지방법원 관할 내 만 20세 이상 주민 중 법률에서 정한 결격사유와 제외·제척·면제 사유가 없는 대상자를 무작위로 뽑아 배심원으로 참여시키는 제도다. 재판부는 R이병이 낸 국민참여재판 신청에 대해 “신청을 배제할 이유가 없다”며 받아들였다. R이병의 변호인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그가 스스로 국민참여재판 신청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민참여재판은 피해자가 거부할 경우 진행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어 미성년자 성폭행 사건의 특성상 피해자가 재판이 공개되는 것을 원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어 성사되지 않을 수도 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많은 배심원 앞에서의 증언을 거부할 경우 국민참여재판을 진행 할 수 없다”며 “피해자의 의사를 확인해 원하지 않을 경우 배심원 없이 판사가 진행하는 방식으로 재판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참여재판이 성사되면 통역이 참여해 재판이 진행된다.

이날 열린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R이병 측은 “유사 성행위를 하고 노트북을 훔친 사실은 인정한다”면서도 “결코 피해자와 성관계는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R이병은 지난해 9월 서울 서교동 한 고시텔에 들어가 자고 있던 여고생 A양(18)을 성폭행하고 노트북을 훔쳐 달아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주한미군범죄근절운동본부 박정경수 사무국장은 “R이병이 여론의 반감을 부추길 수 있는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성사 여부를 지켜보고 있다”면서도 “재판 방식보다 미군범죄에 대해 공정한 재판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