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수사권 놓고 국민 인내심 시험할 셈인가

입력 2012-01-04 18:30

수사권을 둘러싼 검찰과 경찰의 갈등이 증폭되면서 국민들의 불안과 피로감만 높아지고 있다. 대구 에 이어 인천 중부 및 부평경찰서 등이 잇달아 검사의 내사지휘를 거부해 권한분쟁 사태가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인권을 위한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밥그룻 싸움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검찰과 경찰의 갈등은 형사소송법 개정과 대통령령 제정 당시 예상됐지만 경찰의 반발로 사태가 심상치 않게 전개되고 있다. 핵심은 검찰에 접수된 진정사건이나 탄원사건을 경찰에 내려 보낼 경우 이를 처리하지 않겠다는 경찰의 수사지침에서 비롯됐다. 과거 검찰에 접수된 진정사건이나 탄원사건을 경찰에 내려 보내 검사가 내사를 지시하고 보고받던 관행을 더 이상 지키지 않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고소나 고발사건을 제외하고 검찰이 경찰에 이첩한 진정 및 탄원 사건은 무려 8321건에 달한다. 경찰은 개정 형소법의 취지에 따라 고소나 고발사건을 검찰로부터 이첩 받아 수사할 경우에는 검찰의 지휘를 받겠지만 진정이나 탄원사건은 아예 접수 자체를 거부하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갈등이 계속될 경우 검찰에 접수된 진정 및 탄원 사건은 모두 검찰이 처리해야 하는 사태가 발생한다.

더욱 심각한 것은 경찰청이 내려 보낸 17개 수사 실무지침에 검·경 갈등을 유발할 조항이 많다는 점이다. 가령, 검사 대면보고는 사건이 복잡할 경우에만 한다든가, 검사의 유치장 감찰시 체포·구속과 관련된 서류만 보여준다든가 하는 지침은 자칫 큰 싸움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있다. 합법처럼 보이긴 하나 보기에 따라서는 검찰을 향한 선전포고문 같다.

범죄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막중한 임무를 가진 검·경은 대통령령에 규정돼 있는 수사협의회를 조속히 열어 머리를 맞대고 갈등을 빨리 풀어야 한다. 조직폭력이나 매일 매일 발생하는 범죄에 대처하기에도 바쁜 이 시점에 당사자인 검·경이 서로 으르렁거리는 것은 수사권을 위임한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