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공천 쇄신’ 파고에 기득권 포기-유지파 정면충돌
입력 2012-01-04 23:23
한나라당이 ‘기득권 포기파’와 ‘기득권 유지파’로 갈라져 전면전을 벌이는 양상이다. 박근혜 비상대책위원회발(發) 물갈이론 파장에 친이명박계와 쇄신파가 충돌하고 있기 때문이다.
친이계 장제원 의원은 4일 MBC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김종인 이상돈 비대위원이 사퇴하지 않으면 (친이계는) 비대위와 결별도 각오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 의원은 “이 결별은 당 지도부를 인정 못 한다는 것으로, 당내 갈등을 촉발한 두 위원이 사퇴하지 않으면 집단행동을 할 수밖에 없다”고 으름장을 놨다. 그는 “두 비대위원의 행동에 친이계·친박근혜계를 떠나 굉장히 부글부글한 것이 사실”이라고도 했다. 기득권을 가진 당내 기성세력 전체가 비대위를 불신한다는 주장을 편 것이다. 장 의원은 CBS라디오에도 나와 “(두 비대위원은) 한나라당에 공천 신청도 할 수 없는 분들”이라는 인신공격성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이명박 정권 실세 퇴진론을 제기한 이상돈 비대위원에 대해서는 “박근혜의 성공을 위해 TK(대구·경북)도 비키라고 얘기했다. 비대위원인지 박근혜 대통령 추대위원인지 헷갈리는 게 아니냐”고 했다.
당 일각에서는 장 의원이 친이계 가운데서도 이재오 의원과 가깝다는 점을 들어 이 의원의 ‘의중’이 실린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에 대해 쇄신파인 남경필 의원은 언론과의 접촉에서 “쇄신을 앙시앙레짐(구체제)에 대한 반격으로 몰고 가는 건 옳지 않다. 새로운 흐름을 막아선 안 된다”고 말했다. 구상찬 의원도 “비대위원 전력을 문제 삼는 것은 비대위와 박근혜 흔들기로 (당이 열망하는) 변화와 쇄신에 대한 진정한 불만 토로가 아니다”고 공격했다. 쇄신파들은 전날 여의도에서 조찬회동을 갖고 친이계의 집단 반발 움직임에 대한 세부적인 대응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대위는 이날도 쇄신 드라이브를 계속했다. 조동성 비대위원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인재영입 분과위는 여의도 당사에서 워크숍을 열었다. 초청강사로 나선 이미경 환경재단 사무총장은 “친이계가 ‘(비대위의 인적 쇄신 요구에 대해) 가만 있지 않겠다’고 하는 걸 보면 아직도 국민을 ‘졸(卒)’로 본다는 생각이 든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의 이택수 대표는 “대기업은 좋은 인물이 몰리고 중소기업은 사람이 없는데 한나라당은 거대여당인데도 (중소기업처럼) 인물난에 처했다”고 쓴소리를 했다. 신유형 한양대 교수는 “한나라당은 국민이 원하는 인재가 아니라 당이 원하는 인재를 공천하는 것 같다”며 “이게 당이 실패하는 큰 원인”이라고 비판했다. 조 위원은 기자들과 만나 “인재영입 과정에서 그동안 당이 소홀했던 분들에게 더 많은 무게를 두는 게 공정하지 않나 싶다”고 했다.
한편 박 위원장 비서실장으로 초선의 이학재 의원이 이날 임명됐다. 또 비대위 내에서는 당 정강·정책 전문에 있는 ‘보수’라는 표현을 삭제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김종인 비대위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시대가 바뀌었으니 수정을 좀 해야 한다. 보수 같은 이념적인 얘기는 안 하는게 좋다”고 말했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