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정세 격랑] 미국 vs 이란… 이란 “美항모 재배치땐 가만 안두겠다”
입력 2012-01-04 18:56
이란이 세계 최강인 미국 해군에 경고장을 보냈으나 미국이 이를 무시했다. 이란은 미국이 걸프해역에 항공모함을 재배치할 경우 “행동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최근 미국의 대이란 제재에 대한 가장 강경한 발언이다. 그러나 미국은 즉각 이란의 경고를 일축했다.
연초부터 앙숙 이란과 미국 간의 전쟁 가능성이 높아지는 등 중동지역 정세가 격랑으로 치닫고 있다. 이로 인해 국제 유가가 치솟는 등 유럽 재정위기로 가뜩이나 불안한 새해 글로벌 경제에 부담을 키우고 있다.
◇이란, 미국에 강도 높은 경고=이란 군 사령관 아타올라 살레히는 최근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해 오만해로 이동한 미 항모가 다시 걸프해역으로 돌아오면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3일(현지시간) 경고했다고 AFP통신 등이 보도했다. 살레히 사령관은 “미국의 항공모함이 걸프해역에 돌아오지 않기를 바란다”며 “경고를 반복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살레히가 언급한 항공모함은 지난달 27일 걸프해역을 떠난 존 스테니스호로 보인다. 미 해군이 보유한 항모 중 가장 큰 기종으로 원자력을 동력으로 하며 지난해 7월부터 임무를 수행했다. 미국 측에 경고한 ‘행동’은 이미 밝힌 바 있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 또는 미군 선박에 대한 공격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 이란의 경고 일축··확산되는 전쟁불사론=조지 리틀 미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이란의 경고에 대해 “걸프해역의 미 해군 배치는 과거처럼 계속 될 것”이라며 “미 항공모함의 배치는 현재 진행 중인 임무의 연속성과 지원을 위해 필요하다”고 밝혔다.
워싱턴 정가에서는 이란과의 전쟁이 필요에 의해서든 우연이든 불가피할 것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일부 강경파들은 이번 상황이 즉각적인 군사 행동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사담 후세인 정권 당시의 이라크와 비슷하다고 평가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시절 법무부 관리였던 존 유는 공화당 대선후보들에게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파괴하기 위해 군사적 공격을 벌일 상황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상황을 ‘피할 수 없는 도전’으로 규정하고, 미국이 이란의 핵 시설에 신속한 공격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이오와 코커스의 승자인 공화당 유력 대선후보 밋 롬니는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필요하다면 이란에 대해 군사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통신이 전했다.
미국이 이란에 강경하게 대처하는 것은 국방예산 삭감에 따른 ‘꼼수’라는 시각도 있다. 주변국에 무기를 팔기 위해 일부러 긴장을 고조시켰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29일 사우디아라비아가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란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과 F-15 등 294억 달러의 무기판매 계약을 맺은 데 이어 오만에도 전투기를 판매키로 한 것도 이 같은 맥락이라는 해석이다.
◇치킨게임하는 이란의 속내=주 수입원인 석유 수출이 위축되면서 물가는 오르고, 자국 통화인 리알화의 가치는 하락하는 등 이란 국내 경제에 적신호가 켜졌다.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으로선 정치적으로 ‘아랍의 봄’ 바람이 불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까지 악화될 경우 3월 총선을 장담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아마디네자드 정권이 상황을 풀기 위해 세계 경제에 큰 여파를 몰고 올 호르무즈 해협 봉쇄 카드를 꺼내 들고 미국과 치킨게임을 계속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군사적 충돌이 현실로 다가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