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 대륙을 가다] 눈보라 뚫고 기지 개척 첫 삽… 남극 장보고기지 건설 준비 작업 착수
입력 2012-01-04 21:43
얼음대륙 남극의 테라노바 만은 4일(현지시간) 한국의 과학기술자들이 뿜어내는 열기로 후끈했다. 장보고기지(남극 제2기지) 건설 준비를 위해 흘리는 땀방울 때문이었다. 혹한과 폭풍이 몰아칠 때는 사람이 서 있기조차 어려운 영구동토의 땅, 남극 대륙 깊숙한 곳에서 마침내 장보고 기지 건설을 위한 준비활동이 본격화됐다.
기지는 얼음이 아닌 육지에 세워진다. 하지만 모래와 자갈, 커다란 암석이 뒤섞인 척박한 땅이다. 기자가 삽을 들고 땅을 파봤지만 암석과 삽날이 부딪치는 기분 나쁜 소리만 공기를 갈랐다. 가장 물렁해 보이는 땅을 골라 삽을 찍고 발로 꾹 밟아 봐도 삽날은 채 10㎝가 안 들어갔다. 기지 주변 환경이 기지에 미칠 영향을 조사하기 위해 파견된 한국건설기술연구원(KICT) 이장근 박사는 “이 지역은 지표면 약 2m 아래부터 영구 동토층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건축 공사의 기본인 땅파기조차 쉽지 않은 환경이다.
날씨도 변덕스럽다. 해가 쨍하고 내리쬐다가도 어느새 찬바람이 불고 눈보라가 몰아친다. 이 정도 날씨는 아주 양호한 편이란다. 지난해에도 이곳을 찾았던 현대건설 곽임구 소장은 “강한 눈바람이 밀어닥치면 순식간에 20∼30㎝의 눈이 쌓이는 곳”이라고 말했다.
최악의 환경이지만 남극 최고의 과학기지를 짓겠다는 열정은 뜨겁다. 시공사인 현대건설 컨소시엄 관계자들은 두꺼운 암석을 드릴로 뚫고 H빔을 고정시킨 뒤 400w 풍력발전기를 세웠다. 임시 숙소로 사용되는 컨테이너 박스에 위성 통신장비도 설치됐다. 외부 온도와 바람으로 인해 건물이 어떻게 움직이는지에 대한 자료를 실시간으로 전송받기 위해서다. 또 한국으로 가져갈 암석 샘플도 채취했다. 암석의 상태를 분석해 실제 공사 때 참고할 예정이다.
다른 곳에선 건물동과 도로 등이 들어설 정확한 위치를 다시 한 번 확인하기 위한 측량작업이 진행됐다. 기지 앞바다의 해빙(海氷) 위에서도 얼음 상태를 측정하기 위한 조사 작업이 계속됐다. 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 관계자들은 포괄적환경영향평가서(CEE)를 작성하기 위해 인근 독일기지까지 걸어서 오가며 생태 환경 조사를 했다. 과학자, 기술자들을 태우고 여러 장비를 실은 헬리콥터는 아라온호와 기지 예정지 사이를 쉴 새 없이 오르내렸다.
오는 5월 호주에서 열릴 남극조약당사국회의(ATCM)가 기지 건설을 최종 승인하면, 본격적인 공사는 12월부터 시작된다. 장보고기지는 2014년 3월 완공된다.
남극=김도훈 기자 kinch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