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은 ‘대권주자 死地 차출론’ 공방… 당권주자, 광주전남지역 TV토론·합동연설회

입력 2012-01-04 21:50

민주통합당 당권주자들의 상호 공격이 갈수록 매서워지고 있다. 1·15 전당대회가 다가오면서 동료를 향한 발언 수위도 아슬아슬해지는 모습이다.

후보들은 4일 광주 MBC 주최의 두 번째 TV토론회와 광주·전남지역 합동연설회를 잇따라 가졌다. 이 지역은 명실상부한 민주당의 텃밭으로 ‘집토끼’(전통적 지지층)를 겨냥한 9명 후보들의 구애도 열띠게 펼쳐졌다.

특히 한나라당에서 거론되는 대구·경북(TK)을 비롯한 영남권 물갈이에 맞서 민주당에서도 인적 쇄신론과 ‘대권주자 사지 차출론’ 등이 급부상하는 형국이다.

누가 통합정당의 간판으로 적임자인지를 놓고 설전이 벌어졌다. 호남 출신인 박지원 이강래 후보는 민주당의 정통성을 강조했다. 박 후보는 “지도부가 한 세력으로 집중됐을 때 통합의 의미가 살겠느냐”며 친노(親盧)인 한명숙 문성근 후보를 견제했다. 이 후보도 “호남 출신 지도부 공백이 생길 것 같아 경선에 참여했다. 탈호남을 강조하면 무호남 상태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호남에서 시민운동에 투신해 온 이학영 후보는 “인적 혁신은 호남에서 시작돼야 한다”며 물갈이론을 제기했다.

이인영 후보는 “김대중 노무현 김근태의 이름에만 기대는 족보정치, 세 분과 찍은 사진 한 장이면 만사형통이 되는 유훈정치를 절대 하지 말아야 한다”며 ‘젊은 대표론’을 주창했다. 고(故) 김근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 장례의 상주역할을 했던 이 후보는 이날 당권레이스에 복귀했다. 문성근 후보도 “유권자들은 변화를 얼굴로 느낀다. 지도부에 새 얼굴이 필요하다”고 거들었다.

김부겸 후보는 “당내 유력 대권주자들이 총선에서 정말 어려운 사지에 출마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정치 신인에게도 15% 가산점을 둬 경쟁을 유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영선 후보는 “총선 한 달 전에 예비후보를 두 명 뽑은 뒤 총선에서 결선투표를 하는 국민공천 예비선거제도를 도입하자. 이 제도를 도입해 공천권이 100% 국민에게 넘어가도록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진보신당 출신의 박용진 후보는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이름을 얘기하면서 반(反)이명박 정서에 기대 배지를 달려는 안이한 생각을 하는 분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명숙 후보는 언론사 인터뷰에서 “국민 스스로 이제는 바꾸라고 명령을 하는 것 같다”며 “국민에 의한 공천혁명을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학영 후보는 1979년 남조선민족해방전선준비위원회 활동 당시 최원석 동아건설 회장 자택을 털다 체포된 사건과 관련해 “재벌 응징과 운동자금 마련을 명목으로 김남주 시인 등 동료들과 최 회장 자택 담을 넘었다”고 밝혔다.

그는 “(사건에 앞서) 그날 아침 태양 아래서 ‘하느님이 어찌하여 23살 젊은 나이에 이렇게 가혹한 시련을 주시나’(라는 생각에) 울었다”며 “그러나 민족과 나라를 위해 일해야 한다면 싫지만 이 일을 가겠다(고 다짐했다)”고 털어놨다.

한민수 기자 ms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