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방우체국-파푸아뉴기니 문성 선교사] (9) 하나님의 섭리 안에 있는 삶(첫 번째 이야기)
입력 2012-01-04 18:28
몸속 심각한 증세… 사역지로 돌아올 수 있을까?
“당신의 하나님이 당신을 도왔습니다.” “우리는 한 것이 없습니다.” 호주 케언즈 베이스 병원의 원장과 전문의들이 내게 한 말이다. “지금은 당신들이 당신의 하나님이라고 말하지만 언젠가 나의 하나님이라고 고백할 때를 위하여 내가 기도하겠다”라고 답했다.
하나님의 온전한 치유하심과 하나님이 하나님이 되시는 감격의 순간이었다. 죽음의 위험에서 생명이 연장됨이 얼마나 감격스러운 것인지 나의 생명이 내 것이 아니며 하나님의 주권 안에 있음을 알게 하심에 감격하며 병원 문을 떠났었다.
“건강을 잃으면 사역을 할 수 없습니다”
아내 이민아 선교사가 심한 두통과 빈혈 현상으로 어지러움을 호소하며 머리카락이 많이 빠져 괴로워했다. “내일 비행기를 불러 도시 병원으로 갑시다”라고 하자 전에는 비행기 비용이 비싸 언제나 망설였었는데 도시로 나가자는 말에 쉽게 동의했다. 도시로 나가 본부에 있는 진료소에서 검사했을 때 단백질 부족으로 인한 영양실조 현상이었다. “건강을 잃으면 사역도 할 수 없습니다.” 의사의 이 한마디는 우리에게 큰 깨달음을 주었다. 마음과 열정만으로는 정글에 오랫동안 있을 수 없고 육신의 건강을 돌보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하셨다.
이 선교사의 건강이 호전되던 그날 밤 나의 왼쪽 아랫배에서 무엇인가 움직이는 느낌이 있었다. 배에 가스가 차서 움직이는 것 같으니 약을 받아와 달라고 가족처럼 지내는 동료 간호사에게 예의와 절차에도 맞지 않는 부탁을 했다. 그러나 오후 그 간호사 선교사는 닥터 케븐에게 문성 선교사 아랫배가 이상하다고 전했다.
호주에 있는 모든 병원을 연결하여 전문의 찾아
그날 닥터 케븐은 간호사의 말에 바쁜 모든 예약 환자를 뒤로하고 나를 기꺼이 만나겠다고 불렀다. 진료소에 간 시간은 오후 3시였다. 나의 아랫배를 만져본 의사의 얼굴이 굳어졌다. 초음파 검사 후 “일어나거나 절대로 움직이지 말게 하라”고 간호사에게 말하고 잠시 나갔다. 한참 후 돌아온 의사들은 나에게 아무 이야기도 않은 채 미소만 지었다. 무엇인가 심각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느꼈지만 나는 아무런 통증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나는 몇몇 선교사의 부축을 받으며 고로카 비행장으로 출발했다. 차 안에서 “내가 사역지로 돌아올 수 있겠느냐?”고 묻자 침묵하던 의사는 “호주 병원 의사의 소견에 따라…”라고 말문을 흐렸다. 무엇인가 내 몸 안에서 문제가 일어났음을 직감 할 수 있었다.
고로카 비행장은 활주로에도 전기 불빛이 없다. 산악지역이라 오후 6시면 모든 비행기의 이착륙이 끝난다. 놀라운 것은 평소 이곳에 있지 않고 늘 뉴브리던 섬에 있어야
하는 비행기가 오늘따라 고산지역 고로카 격납고에 있다는 것이었다. 비행기가 어두워 오는 하늘을 향해 이륙했다. 비행기 안에는 침묵이 흐르고 두 명의 조종사와 닥터 케븐, 이 선교사 그리고 나는 비행기 바닥 침대 위에 누워 양팔에 링거와 혈압과 맥박을 재는 장치들을 달고 있었다. 이륙 시간은 오후 6시였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그동안 두 의사는 호주에 있는 모든 병원을 연결하여 전문의를 찾았다. 놀랍게도 파푸아뉴기니에서 가장 가까운 지방도시 케언즈에 있는 병원의 원장이 그 분야에 전문의였다. 다른 선교사들은 긴급 기도요청을 보내고 코라 부족에 들어가서 문 선교사가 죽을지도 모른다고 사람들에게 알렸다. 코라 부족 사람들은 얼굴과 온몸에 흙칠을 하며 울기 시작했다. 시신이 돌아오면 묻을 묘 자리도 마련했다.
해발 2500m 빗물은 영양분 없는 증류수 같아
조종사는 출발 때부터 계속 다른 항공사의 비행기를 다급하게 찾고 있었다. 이 노후된 비행기로 파푸아뉴기니에서 호주 케언즈까지는 무리였다. 회복된 후 알았지만 병명은 대동맥류. 자각증상이 없어 쉽게 발견하기 어려운 아주 위험한 증상이었다. ‘AAA(Abdomen Aorta Aneurysm)’라고 불렀다. 정상인의 대동맥 지름이 2㎝인데, 4㎝가 되어도 급하게 수술을 해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선교본부 병원에서 초음파 검사를 할 때 이미 나의 대동맥의 지름이 7.5㎝였다. 의사는 만약에 대동맥이 터지면 권총을 머리에 대고 방아쇠를 당기는 것같이 약 3초 후 절명하며, 수술 중에 터져도 손 쓸 수가 없다고 했다. 원인은 정확하지 않지만 몸에 미네랄이 부족하면 동맥이 약해져 일어날 수도 있다고 했다. 몇 년 동안 해발 2500m에서 마신 빗물은 영양분이 없는 마치 증류수와도 같았다. 그곳에는 채소가 자라지 않는다. 많은 땀을 흘려 땀을 통해 미네랄이 빠져나갔다고 했다.
시간은 오후 8시경, 계속 다른 비행기를 찾았지만 어떤 비행기와도 연결이 되지 않았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파푸아뉴기니 부족 사역을 위하여 미국교회들이 구입한 킹 에어라는 쌍발 NTM 소속 비행기가 이곳으로 오고 있다고 했다. 두 비행기가 수도 포트몰스비 공항 활주로에서 만나 킹 에어에 있는 모든 짐을 활주로에 그냥 내려놓고 일행은 활주로에서 비행기를 갈아탔다. 킹 에어는 케언즈를 향해 날아올랐다. 앞으로 비행시간은 3시간. 닥터 케븐은 계속 계기와 나를 주시하고 있었으며 이 선교사는 눈을 감고 언제부터인가 기도하고 있었다.
매 순간 순간이 하나님의 섭리이며 인도였다. 우리의 모든 생사고락은 우리 삶을 주관하시는 하나님의 섭리 안에서 이루어진다. 그리고 하나님이 하는 일은 완전하고 온전하시다.
<다음 편지에 계속 됩니다>
● 문성 선교사
문성(60) 선교사는 아내 이민아 선교사와 함께 20년째 파푸아뉴기니 선교를 하고 있다. 지병 박리성대동맥류 때문에 인공동맥을 차고 있다. 선교지 코라 부족은 식인을 할 정도로 원시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