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내주 초 중국 방문이 국제사회의 주목을 끌게 됐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한반도 정세가 그 어느 때보다 급변하는 시기에 한·중 정상이 머리를 맞대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과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은 양국 간 현안을 폭넓게 논의하겠지만 ‘포스트 김정일 시대’ 대책을 가장 심도 있게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김 위원장 사망 이후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 최고 권력자 유고사태를 접한 중국은 발 빠르게 ‘김정은의 권력승계’를 인정하고 나섰다. 김정은이 군 최고사령관에 추대되자 즉각 축하전문을 보내기도 했다. 이에 화답하듯 북한 당국은 신년공동사설에서 중국과의 관계증진 의사를 표명했다. 중국이 사실상 북한의 종주국임을 느끼게 한다.
현 시점에서 우리가 북한을 다루는 데 중국의 도움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한·중 관계 재점검은 시급하다고 하겠다. 북한이 남한을 향해 “영원히 상종하지 않겠다”고 공언하고 있기에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북한 급변사태 이후 중국이 한국을 대하는 태도는 기대치보다 냉랭하다. 후 주석은 이 대통령과의 전화통화 요청을 끝내 수용하지 않았다. 수교한 지 20년이나 된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가 맞는지 의심이 들 정도다.
이 대통령은 이런 불리한 국제환경을 우리한테 유리한 방향으로 개선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개혁·개방의 길로 나오게 하는 데 중국이 적극적인 역할을 해줄 것을 요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통령은 현 상황에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이 긴요하며, 북한에 대해서는 ‘기회의 창을 열어놓고 있다’고 한 신년연설 내용을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국의 대미 밀착외교에 불만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 중국이 원론적으로는 이 대통령의 요청에 화답하겠지만 실질적인 ‘선물’을 내놓을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이 대통령은 국내 여론을 의식해서라도 서해상에서의 중국어선 불법조업 문제 해결을 후 주석에게 요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시원한 대답을 받아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반면 경제협력 분야는 낙관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난 20년간 한·중 교역액이 63억7000억 달러에서 1884억 달러로 30배가량 증가할 만큼 경제 교류는 매우 활발하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의욕을 보이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추진 문제에 진일보한 합의가 나올지 주목된다.
성기철 기자 kcsung@kmib.co.kr
‘포스트 김정일 시대’ 첫 방중 MB, 후진타오 ‘역할’ 약속 받아올까
입력 2012-01-04 18: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