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검사 수사사건’ 접수거부 속출… ‘준법 반발’ 확산
입력 2012-01-04 22:15
경찰이 수사권 조정안에 대한 ‘준법투쟁’으로 검사 수사사건의 접수를 거부하는 사례가 전국에서 속출하고 있다. 두 기관의 세 대결로 긴급한 수사·조사가 필요한 국민만 애꿎게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4일 경찰청에 따르면 대구 수성경찰서에 이어 대구 성서경찰서, 인천 중부·부평경찰서, 전북 전주 덕진경찰서, 대전 대덕경찰서, 충북 음성경찰서, 서울 금천·동대문·서초경찰서 등 전국 10개 경찰서가 검사 수사사건 접수를 거부했다. 인천 중부경찰서가 접수를 거부한 것은 ‘누가 나를 죽이려고 한다’며 80대 남성이 검찰에 진정한 사건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경찰 관계자는 “사건을 아예 받지 않았기 때문에 세부 내용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피해자가 살해 위협을 받고 있다면 매우 긴급한 상황이므로 검찰이든 경찰이든 즉각 수사에 착수해야 하는데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바람에 민원인만 애를 태우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경찰청은 최근 일선 경찰서에 내려보낸 ‘대통령령 제정·시행에 따른 수사실무지침 및 이행계획’ 문건에서 다음달 3일까지 지방청 수사절차 정비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실무지침 이행여부를 1차 점검해 경찰청에 결과를 보고할 것을 지시했다.
또 수사실무지침은 검찰이 고소·고발 등을 접수한 후 경찰에 수사하라고 이첩한 경우에는 송치 전 지휘를 받지만 검찰 내사나 진정사건은 수사 개시 전 내사 단계로 분류해 사건을 아예 접수하지 말라고 명령했다. 지침은 검찰로 접수된 수사의뢰 사건도 수사 개시 전 사건으로 간주해 접수하지 말아야 한다는 내용도 담고 있다.
이와 함께 경찰은 검사의 수사 중단·송치 명령 권한의 범위를 매우 제한적으로 해석하고 내사 과정에서 검사의 지휘도 배제하고 있어 검·경 갈등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국민은 안중에 없는 검·경 갈등은 국민의 불안만 가중시킬 것이라는 비난이 높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이진영 간사는 “국민이 형사고발이나 진정을 냈을 때 일정 시간 내에 처리돼야 하는데 지연돼 불편이 가중된다면 양 기관이 이해관계에 몰두한 결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인권보호가 소홀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신영무 대한변호사협회장은 “경찰 수사과정에서 인권침해가 없도록 검사가 지휘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형사소송법 정신인데 이를 거부한다면 밀실 수사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국민의 인권침해를 누가 막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