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권태일 (4) 완벽주의·내성적 성격… 약점을 성공 디딤돌로

입력 2012-01-04 17:55


고린도전서 15장 10절 말씀에 “내가 나 된 것은 하나님의 은혜로 된 것이니 내게 주신 그의 은혜가 헛되지 아니하여 내가 모든 사도보다 더 많이 수고하였으나 내가 한 것이 아니요 오직 나와 함께 하신 하나님의 은혜”라고 말씀하셨다. 성도들은 다 이 구절을 읽을 때마다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하겠지만 유별나게 나는 이 성경 말씀을 볼 때마다 두 주먹이 불끈 쥐어진다.

참으로 아무것도 아닌 내가 아닌가. 모가 난 성격으로 치면 정 맞은 돌처럼 사방팔방에 모가 나 있고, 아는 것이라고는 별로 없고, 성격도 내성적이라 교회를 가도 누가 아는 척하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운, 참으로 쓸모없는 존재가 바로 나 아닌가. 이렇게 수많은 허점과 결점으로 가득 찬 쓰레기 같은 나였다.

하지만 이런 나를 하나님께서 사용하신 것을 보고 크게 느낄 수밖에 없다. 우리의 약점이나 부족한 부분들을 주신 이유는 바로 그 약한 부분과 부족한 부분을 디딤돌로 하여 성공의 발판을 만들어가라는 주님의 명령인 것임을 알게 되었다.

고등학교 졸업 후 믿지 않을 때에는 내가 못났기 때문에, 내가 만일 돈을 많이 벌면 나보다도 잘 나고 멋있고 학력 좋은 이를 비서로 쓰겠다는 결의(?)를 하기도 했다. 지금에 와서는 이것까지도 응답해 주시는 전능의 하나님이면서 자상한 하나님이심을 알게 되었다.

고등학교를 마친 나는 부산으로 갔다. 부산 보림극장 앞에서 리어카 책장수를 하고 있던 매형을 돕다가 나중에 독립했다. 군대 가기 전까지는 계속 리어카 책장수를 했다. 부산진역 앞에서 경남여고 쪽으로 들어가는 길목에서 헤매다가 저녁에만 리어카에 책을 싣고 와 판매했다. 부산의 날씨가 그리 춥지는 않았지만 어찌나 바람이 센지 모진 추위에 책을 팔면서 인생 고난의 스펙을 또 하나 쌓게 되었다.

스물한 살 나이, 책은 잘 팔리지 않고 날씨는 춥고 손발은 시렸다. 옆의 어묵장수에게서 어묵을 사먹었지만 잠시뿐이었다. 너무나 내성적이어서 나의 힘든 것을 누구에게도 말하지도 못했다. 어떤 때는 돈이 없어 용두산공원을 배회하다가 햇볕이 내리쬐는 양지바른 곳에서 쪼그려 자기도 했다.

하역작업을 하는 사람들을 위하여 만들어 놓은 노무자수용소에서 하루 100원씩 내고 잠을 잤는데 그것도 사람이 많으면 잠을 자지 못하기 일쑤였다. 비록 내성적이고 남들과 어울리지 못했지만 언젠가는 나의 이 고난이 성공의 스펙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항상 갖고 있었다.

하나님께서는 오늘도 우리에게 말씀하신다. 시편 119편 71절에 “고난당하는 것이 내게 유익이라. 이로 인하여 내가 주의 율례를 배우게 되었나이다”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확신한다. 하나님께서 눈을 부릅뜨고 쳐다보는 사람 4명이 있다면 긍정적인 사람, 고난을 찾아가는 사람, 부지런한 사람, 사랑이 많은 사람일 것이다.

특히 영장을 받고 군 입대를 할 때도 나는 훌륭한 사람은 눈물을 함부로 흘리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3년 고생을 통하여 나는 새로운 인생을 배우게 될 것이라는 다짐을 하며 왜관역에서 기차를 탔다. 같이 군대 가는 동료들은 가족들에게 손을 흔들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지만 나는 결코 눈물을 보이지 않았다. 아예 가족들을 오지 못하게 했다. 어머니의 슬픈 모습이 내일을 향한 나의 의지를 꺾어선 안 되기 때문이었다. 정말 그 당시에는 훌륭한 사람이 되기 위해선 냉혹하리만큼 자기관리 기준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정리=정수익 선임기자 sag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