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강범구] 항만과 섬의 조화
입력 2012-01-04 18:35
천안함 사태, 연평도 포격에 이어 또다시 우리의 젊은 꽃이 안타깝게 산화해 국민을 충격과 슬픔에 빠지게 하는 일이 발생했다. 중국어선의 불법조업을 단속하던 해양경찰관 이청호 경사의 순직사건이다. 항만과 함께 근 30년을 생활하면서 해경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온 필자이기에 개인적인 안타까움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만일 주변에 지원 병력이 더 많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우리나라는 작은 나라지만 반도라는 특성상 바다까지 포함하면 관리해야 할 영토가 넓은 국가라 할 수 있다. 바다를 관리하는 해경 주둔지가 광범위해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늦은 감은 있지만 정부는 먼바다에 해경전진기지를 확보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현재 내륙에 편중된 해경부두 등 인프라를 해안에서 멀리 떨어진 주요 도서까지 확장함으로써 현재 많게는 8시간까지 걸리는 해경정의 출동시간을 절반 이하로 단축할 예정이다. 내륙영토의 끝자락에 있는 섬들이 영해 수호의 근거지로 거듭나는 계기를 마련한다는 취지이다.
영토 개념과 더불어 우리가 떠올리는 섬의 이미지로 무엇이 있을까. 올해 부산항이 사상 최대의 물동량을 기록하며 많은 항만 관계자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고 있다. 아직도 글로벌 경제위기의 여파가 남아 있는 상황이기에 더욱 대견한 생각을 갖게 한다. 하지만 음지를 생각하면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다. 같은 바다를 공유하는 공간이지만 섬 지역의 소규모 연안항들은 대부분 열악하기 때문이다.
우리들이 통상 얘기하는 부두, 항구 등의 법적인 용어는 항만이다. 항만은 이용화물이나 여객의 수송 범위에 따라 무역항과 연안항으로 나뉜다. 수출입화물이 드나드는 무역항은 산업적인 기능이 강하고, 연안항은 국민 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하지만 지난 수십 년간 산업 성장을 지향하며 달려온 우리 사회였기에 무역항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우위에 있었던 게 사실이다.
연안항은 현재 광역자치단체가 관리한다. 그러나 열악한 지자체 재정 여건상 외딴지역에 있고 인구가 많지 않은 도서의 연안항은 사회간접자본(SOC) 시설임에도 불구하고 투자·관리대상에서 사각지대가 되는 경우가 많다. 노인은 물론 젊은이마저도 긴장하게 만드는 위태로운 접안시설과 비좁은 터미널 등 열악한 시설들은 가끔 들르는 도시인들이 말하는 ‘낭만’이라는 용어를 사치스럽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이에 정부가 내년부터 낙후도서 항만시설 개선에 본격적으로 나설 예정인데, 첫 번째가 ‘국가관리연안항’ 지정이다. 국가가 연안항을 직접 개발하고 관리하는 개념으로 부두시설은 물론 연안여객터미널 등 편의시설도 체계적으로 건설될 수 있게 된다. 최근 이를 담은 항만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내년 상반기 중으로 연평도, 백령도, 울릉도 등 10곳 정도의 도서지역에 국가관리연안항이 지정된다.
두 번째는 항만배후단지라는 엔진 장착이다. 항만배후단지는 물류, 제조업 등을 지원하기 위해 항만 주변에 국가가 조성하는 부지인데 그동안에는 무역항에만 조성돼왔다. 그러나 내년부터는 그 대상을 연안항까지 확대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국가가 낙후된 도서지역의 선착장은 물론 인근 부지를 직접 개발하고 관리할 수 있게 되어 지역주민과 관광객에 다양한 편의를 제공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두 가지 제도가 정착될 경우 항만은 국가가 투자하는 SOC 중 일반 국민들에게 가장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시설이 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된다. 여기에 최근 논란이 되는 성장이냐 복지냐의 논란은 없을 것이다. 우리의 섬들이 항만을 중심으로 안전하면서도 아름다운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는 날을 기대해 본다.
강범구(국토해양부 항만정책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