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한 교권·고단한 교단 “차라리 떠나겠소”… 교원 명퇴 봇물

입력 2012-01-03 21:36

서울과 경기도 지역 초·중·고 교사 중 명예퇴직 신청자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올해 2월 말 명예퇴직을 원하는 교사는 공·사립 초·중·고교를 통틀어 920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2월말 신청자 732명보다 188명(25.6%), 지난해 8월말 신청자 592명보다 328명(55.4%) 증가한 것이다.

경기도교육청이 올해 2월 명퇴 신청서를 접수한 결과 초등교원 248명, 중등교원 315명 등 563명이 제출했다. 지난해 2월 명예퇴직자 389명보다 무려 44.7% 늘어난 것이다. 특히 중등교원의 명퇴 신청은 90.9% 증가했다. 명퇴는 재직 기간이 20년 이상이고 정년까지 1년 이상 남은 교원에 한해 신청할 수 있다.

명퇴 신청이 크게 늘어난 데에는 이전보다 학교평가가 많아지고 학생 생활지도가 어려워지는 등 교육 현장의 여건 나빠진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지난달 22∼26일 전국 초·중·고 교원 2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설문조사에 따르면 최근 교직사회의 명퇴 신청 증가 원인으로 ‘교육환경의 변화에 따른 어려움’이라는 응답이 93.5%(188명)로 가장 많았다. 교육환경의 변화 중에서도 ‘학생인권조례 추진 등으로 학생지도의 어려움 및 교권추락 현상’이 가장 큰 이유라는 대답이 80.6%(162명)였다.

교총 관계자는 “과거 연금법 개정, 명퇴금 축소 우려 등의 이유로 명퇴가 증가한 사례는 있었지만 학생지도의 어려움 때문에 명퇴가 급증한 경우는 처음”이라며 “학생지도에 경륜이 있는 교원의 무더기 명퇴 현상은 가뜩이나 어려운 학생 생활지도에 어려움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명퇴 신청이 급증하면서 매년 반복되는 예산부족으로 경쟁은 더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서울시교육청이 확보한 올해 명퇴 예산은 지난해와 같은 280억원 가량으로 올해 2월말 퇴직희망 교사 중 300명대 인원만 받아들여질 전망이다.

임항 기자 hngl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