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 파동 사료값도 안나와 굶겨 죽인다… 육우 송아지 한마리 ‘1만원’
입력 2012-01-03 21:50
소 파동이 일어나고 있다. 소 값은 폭락하는 반면 사료 값은 폭등하고 있다. 이 때문에 축산농가들은 정부의 대책마련을 촉구하며 ‘청와대 소 반납운동’을 벌이고 상경투쟁에 나설 태세다. 사료비를 감당하지 못해 소를 굶겨 죽이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3일 전국 축산농가와 농협중앙회 등에 따르면 암컷 한우(600㎏) 산지 가격은 현재 360만원으로 지난 4월의 438만원에 비해 70만원 넘게 떨어졌다. 2년 전 630만원에 비해서는 무려 270만원, 43% 하락했다. 한우 송아지 평균 가격도 지난 12월 122만원으로 연초(192만원)에 비해 크게 하락했다.
초유를 뗀 수컷 젖소(육우)의 지난 12월 평균가격은 2만4000원으로 3월(24만2000원)의 무려 10분의 1 수준으로 폭락했다. 최근에는 마리당 1만원에 불과, 삼겹살 1인분 가격과 비슷하다. 게다가 축산 농가들은 송아지 입식마저 거부해 가격은 더 떨어지고 있다. 하지만 배합사료 가격은 1년 새 30∼50%나 올랐다.
전북 순창에서 소를 키우는 A씨는 치솟는 사료 값을 감당하지 못해 소 10마리를 굶겨 죽였다. A씨는 “소 값 폭락과 사료 값 상승으로 1억5000만원 넘게 빚을 졌다. 도저히 사료 값을 감당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소 먹이량을 줄이다가 최근에는 물만 준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다. 전남의 경우 600㎏짜리 한우 가격이 작년 550만원에서 410만원으로 떨어졌고, 4∼5개월 된 암송아지 가격은 76만원으로 5개월 전 150만원에 비해 반값 수준으로 떨어졌다. 전국 한우협회 고흥지부장 김양섭(57)씨는 “소 기르는 것 자체가 손해”라고 주장했다.
전국한우협회 울산지회는 정부 대책을 요구하며 5일 ‘청와대 한우 반납 상경투쟁’을 벌이기로 했다. 울산지회 김두경 회장은 “소가 원수다. 정부가 특별한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소는 물론이고 축산 농가마저 죽을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하지만 음식점 소비자 가격은 그대로다. 시중 음식점의 한우 값은 1인분(150g)에 평균 2만2000원이다. ‘제비추리’ 등 특정부위의 경우 1인분(120g)에 2만5000∼4만원까지 판매되고 있다. 산지 소 값은 내렸는데도 소비자 가격은 그대로인 것이다. 생산자 중간유통업자 소비자 모두 불만이다.
국내 축산업의 붕괴에도 불구하고 캐나다산 쇠고기 수입이 이르면 이달 말 재개될 전망이어서 축산농가는 이래저래 어려운 처지다. 전국한우협회 관계자는 “축산업계가 더 이상 감내하기 힘든 위기를 맞고 있다”며 “정부와 국회가 수수방관한다면 행동으로 나서겠다”고 밝혔다.
오종석 기자, 고흥·울산·옥천=이상일 조원일 정재학 기자 js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