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목소리] 해넘이 전망대 유감

입력 2012-01-03 19:10

지난 한 해, 유달리 잘 보내주고 싶었다. 국내외적으로 유난히 어수선하고 어두운 해였으니까. 해넘이라도 해야 직성이 풀릴 것 같았다. 미움이 크면 아쉬움도 큰 법이니까.

다시는 오지 않을 2011년을 떠나보내는 마지막 날 저녁, 동해안으로 가는 고속도로에는 해돋이를 보기 위해 가는 차량 행렬이 이어졌다. 서울에 머물러야 하는 우리 부부는 서울에서 해넘이라도 하고 싶었다. 지평선 너머로 사라지는 해에게 작별하며 다시는 지난해와 같은 전철을 밟지 않게 되길 빌고 싶었다.

마침 평소에 보아두었던 해넘이 장소가 떠올랐다. 마포에서 여의도를 잇는 마포대교 한가운데 해넘이 전망대. 평소 자동차로 오가며 숱하게 보아온 터였다. 2011년 마지막 저녁, 서울은 날씨가 흐려 해를 보기 어려웠다.

하지만 태양이 넘어가는 일몰 시점에선 혹시나 가능할지도 모를 일이었다. 기대감에 걸음을 재촉했다. 전망대는 마포대교 대로변에 서 있어 주정차가 불가능한지라 한강시민공원에 차를 세워 놓고 찬 바람을 맞으며 20여분을 걸어갔다. 이미 해넘이를 보려고 달려온 사람들이 전망대 주위를 서성이고 있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다리 한가운데 크고 멋지게 자리잡은 해넘이 전망대는 굳게 잠겨 있었다. 대신 출입문 입구에는 ‘동파가 우려돼 11월부터 2월 28일까지 잠정 폐쇄한다’는 문구가 붙어 있었다. 유리문 너머로 들여다보니 꽤 넓은 장소에 해넘이를 볼 수 있는 의자와 테이블이 잘 자리잡고 있었지만 무용지물이었다.

동파라니? 무엇이 동파한다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그들과 우리는 애꿎은 출입문을 여러 차례 흔들어보고는 할 수 없이 자리를 떠야 했다. 그날은 날씨가 흐려 서울 어디서든 2011년의 마지막 해가 넘어가는 장면을 볼 수 없었으리라. 하지만 꽤 많은 예산을 들인 듯 과도하게 넓고 멋진 장소. 마포대교를 달리는 차들을 유혹하듯 크게 걸린 해넘이 전망대 간판이 야속했다.

그리곤 무책임한 전시행정, 불친절한 공무태도, 예산낭비 등의 부정적인 단어들이 머릿속에서 꼬리를 이었다. 얼핏 작은 일로 여겨 무심하게 넘길지 모르나 작은 일에도 신뢰를 얻지 못하면 어떻게 시민들의 협조를 얻어 큰일을 도모할 수 있겠는가.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 잘 내디뎌야 발병 없이 갈 수 있다. 새해에는 달라지길 기대한다.

진용(환경경영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