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코너-김명호] 2012년, 미국의 정치
입력 2012-01-03 19:11
공화당의 첫 대통령후보 경선인 아이오와주 당원대회(코커스)의 열기가 예상보다 높지 않다.
2일(현지 시간) 오후에 들른 지지율 선두주자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의 디모인(아이오와의 주도) 선거사무실은 생각만큼 선거 분위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40여명의 ‘전화부대’가 걸려오는 전화에 응답하는 정도였다. 우리와는 선거운동 방식이 다른 이유도 있겠지만, 후보들이 방문하는 마켓 등에 수십명 정도의 지지자들이 모이는 것이 현장 선거운동의 전부다.
TV 광고나 소셜네트워크를 통한 일방적인 홍보는 시대변화에 따라 과거보다 활기를 띄기는 했다. 그러나 현지 유권자들은 무덤덤한 듯하다. 시내에서 선거 열기를 느껴볼 수 있는 곳이 거의 없다.
전통적으로 첫 경선이 열리는 아이오와 코커스는 미국 언론들이 상당히 정치적 의미를 부여해왔다. 초반 경선 판도를 결정짓기 때문이다. 아이오와는 전통적인 보수층 지역이라 보수 유권자들의 표심을 읽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언론들은 2008년에 비해 상당히 열기가 떨어졌다고 평가했다. 이곳에서 만난 공화당원 맥스 라이언(45)씨는 “정치 전반에 대한 관심이 낮아졌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지지율이 아주 낮긴 하지만, 공화당 후보가 그를 꺾으리라고 예상하는 사람이 별로 없는 것도 한 요인일 수 있다.
바꿔보자는 보수층의 열망이 높은데도 왜 이런 현상이 벌어졌을까. 정치 관심도가 떨어지는 것은 ‘정치 혐오증의 확산’ 때문이라고 분석하는 정치 전문가들이 많다. 당파 싸움에 찌들고, 경제적 어려움이 커진데다, 특히 정치 리더십이 실종된데 대한 실망과 외면이라는 것이다.
정치 리더십 실종의 여파는 심각하다. 사상 초유의 미국 신용등급 강등 사태가 덮친 결정적 이유는 의회가 국가 부채 상한선을 늘리는데 합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치 리더십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은 탓이다. 재정 적자 해소 방안을 지난 연말까지 마련키로 했던 초당적 슈퍼위원회는 아무런 결과물을 내지 못했다. 정치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누가 뭐래도 미국 정치의 강점은 의견이 다른 정파간 타협이었다. 워싱턴 정치는 우리와는 달리 한 정당 안에서도 목소리가 다양하다. 투표도 각자 소신대로 한다. 민주당 내 ‘블루독’이란 의원 그룹은 예산 문제에 관한 한 공화당 내 강경파인 티파티 의원들과 비슷한 의견을 갖고 있을 정도다. 양당간, 당내 그룹간 의견이 갈려도 타협해 가며 마지막에는 결과에 승복하는 것이 미국 정치의 최대 강점이었다.
그런데 그런 강점이 없어졌다. 정치가 힘이 없어졌다는 뜻이다. 그러니 국력이 모아지지 않는다. 정치 리더십이 회복되지 않는 한 미국의 2012년은 좀 암울하다. 국내적으로 건강보험법이나 이민법, 금융개혁법 등 굵직한 현안들은 뚜렷한 결론 없이 대립으로 일관할 가능성이 높다. 대외 정책들도 현상 유지쪽으로 흐를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 문제 같은 경우 악화되지 않을 정도의 관리만 하려할 것이다. 당파적 시각이 먼저 개입되기 때문이다.
미국 내에서도 정치 불신에 따른 국가적 위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위험수위에 와있다. 2012년, 미국의 정치 리더십이 제대로 작동하느냐는 아마 전 세계 오피니언 리더들의 최대 관심사가 될 것이다. 현실적으로 이것이 유럽 경제위기 해소 방안 마련, 이란 핵위기 해결, 중동과 북아프리카 정세의 안정적 관리, 그리고 북핵 관리 등 모든 현안에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디모인(아이오와주)=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