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제주 해군기지 사업에 상처 준 정치권
입력 2012-01-03 18:58
국회 심의과정에서 올해 제주해군기지 건설사업 예산이 96%나 삭감됐다. 정부 원안인 1327억원에서 49억원으로, 1278억원 깎인 것이다. 시설공사에 필요한 1065억원과 감리비 24억원은 전액 삭감됐고, 육상설계비 38억원과 보상비 11억원만 통과됐다. 해군기지에 반대해온 민주통합당 주장이 거의 반영된 셈이다.
국회 결정으로 해군기지 건설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예산을 확보하지 못한 점도 문제이지만, 국회 결정을 빌미로 제주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해온 일부 주민들과 좌파세력의 집단행동이 더욱 기승을 부릴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벌써 반대 주민들은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 삭감 조치로 공사 강행의 명분이 사라졌다면서 공사를 즉각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는 민주당의 아집과 한나라당의 전략부재가 빚어낸 결과다. 민주당은 해군기지 사업비 전액 삭감을 당론으로 채택한 뒤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예산안 통과에 반대하겠다고 여당을 압박했다. 해군기지 건설을 저지하기 위해 구성된 ‘시민평화포럼’을 이끌었던 이용선 공동대표가 민주당 당론을 주도했다고 한다. 해군기지는 노무현 정권 때 본격 추진됐다는 사실을 민주당도 잘 알고 있을 터인데, 이제 와서 “평화의 섬에 군사적 분열을 조성하는 사업”이라며 반대하는 것은 지지세를 규합하고 현 정권에 타격을 입히려는 의도로밖에 해석할 수 없다. 한나라당은 예산안의 여야 합의 처리를 위해 양보했고, 49억원이라도 남겨 계속 추진할 사업임을 공식화한 점이 의미가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실리를 챙긴 민주당은 예산안 처리에 불참했다. 뒤통수를 맞은 한나라당은 안보를 중시하지 않는 정당이라는 비난까지 받아 마땅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월된 2011년 예산 1084억원이 있다는 점이다. 극한 갈등이 반복되면서 공사가 오래 중단돼 미집행 예산이 있는 것이다. 국방부는 이 돈으로 공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해군기지는 국가안보와 관련된 국책사업인 만큼 성공적으로 건설을 마무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