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포커스-이춘근] 불투명한 김정은의 미래
입력 2012-01-03 19:04
2010년 9월 약관 26세의 나이에 대장 계급장을 단 김정은이 지난해 12월 아버지 김정일이 죽자 곧바로 북한군 최고 지도자의 자리에 올랐다. 그러나 김정은이 최고사령관에 오르는 과정은 무엇인가 석연치 않으며 이는 북한의 미래가 대단히 불투명하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북한에서 김일성 이래 최고 권력자는 군 최고사령관직을 겸하고 있었으며, 동시에 군 최고의 계급장을 달고 있는 군인이었다. 김일성은 한국전쟁 중인 1953년 2월 원수가 된 이후 92년 대원수가 되었다. 92년 군 최고사령관에 임명된 김정일 역시 원수 계급장을 부여받았다.
스스로 인정하는 ‘김일성 조선’
군을 국가의 최고·최후의 기둥으로 받들고 있는 북한에는 대장보다 더 높은 계급인 차수와 원수가 있다. 현재 북한군 최고계급을 달고 있는 사람은 김일성의 경호를 담당했던 이을설 원수다. 대장보다 한 계급 높고 원수보다는 하나 낮은 계급인 차수의 계급을 달고 있는 북한 최고위급 군인은 총참모장 이영호와 인민무력부장 김영춘 등 두 명이다. 이들을 놔둔 채 대장인 김정은이 군 최고사령관에 올랐다 하니 북한군의 계급 서열이 어떻게 된 것인가? 너무 젊어서 차마 원수의 계급장을 부여할 수는 없었던 것인가?
2012년을 강성대국의 해로 설정했던 북한은 지난 1일 발표한 신년 공동사설에서 ‘강성대국’이라는 용어에 ‘강성국가’라는 말을 섞어 쓰고 있다. 아무리 과장법을 즐겨 쓰는 북한일지라도 현재 당면한 상태를 ‘강성대국’이라고 부르기는 거북했을 것이다. 또 “현 시기 인민들의 먹는 문제, 식량문제를 푸는 것은 강성국가 건설의 초미의 문제이다. 오늘 당 조직들의 전투력과 일꾼들의 혁명성은 식량문제를 해결하는 데서 검증된다”고 말해야 하는 북한이 강성대국임을 자칭할 수도 없을 것이다.
불과 12% 정도의 주민들만이 배급을 받을 수 있으며 나머지 88%는 이른바 장마당이라 불리는 지하 시장에 나가 먹고 살고 있다는 북한은 이미 사회주의 국가도 아니다. 북한은 국가의 극소수 최고 지도층만이 주민 생활수준에 아랑곳없이 호화롭게 살고 있다는 점에서 왕조국가다. 놀랍게도 북한은 이 같은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대신 아예 ‘김일성조선’ 이라는 용어를 쓰고 있는 것이다.
군대에 가서 10년씩 근무해야 하는 북한의 젊은이들이 고참병에 이르는 나이가 27세인데 그들과 같은 나이에 북한군 대장이 된 김정은은 자기보다 계급도 더 높고, 나이도 많은 수많은 북한 군인들을 지휘해야 하는 막중한 과제를 떠맡고 있다. ‘김정은의 시대를 열자’는 북한의 신년 공동사설은 죽은 김정일을 52회나 언급하고 있지만, 그리고 죽은 지 이미 17년이 지난 김일성도 22번이나 부르고 있지만 새로운 지도자 김정은의 이름은 불과 16회밖에 부르지 않았다. 김일성을 ‘수령님’이라 부르고 김정일을 ‘장군님’이라 부르는 북한은 김정은에게는 적당한 칭호조차 아직 붙이지 못하고 있다.
北 안정 위해 지원해야 하나
김정은이 헤쳐 나가야 할 미래는 대내외적으로 간단치 않다. 북한 주민들을 살릴 수 있는 아주 쉬운 방안이 하나 있다. 개혁·개방을 하면 된다. 그러나 개혁·개방은 ‘김일성조선’의 왕족들을 몰락시킬 독배(毒杯)다.
2012년, 역사의 전환점을 맞이한 대한민국 국민은 ‘김일성조선’의 왕족들과 ‘김일성조선’에서 허덕이는 주민들 중 누구 편을 들어야 옳을까? 그런데 김정은 정권의 안정과 안착을 지원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 대한민국 국민들은 누구일까?
이춘근(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