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4년간의 석유산업 국유화 보상금 분쟁서 엑손모빌에 승리
입력 2012-01-03 18:50
베네수엘라 석유산업 국유화를 둘러싼 국제 소송에서 베네수엘라가 미국의 석유메이저 엑손모빌에 사실상 승리했다.
국제상업회의소(ICC) 산하 국제중재재판소는 1일 베네수엘라가 엑손모빌에 9억7600만 달러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베네수엘라가 2007년 자국에 있던 엑손모빌의 시설들을 국유화한 데 대해 보상하라고 결정한 셈이다. 하지만 로이터통신은 “이는 엑손모빌이 당초 청구한 120억 달러의 10%에도 못 치미는 금액에 불과하다”며 “ICC가 사실상 베네수엘라의 손을 들어준 것”이라고 밝혔다.
우고 차베스 대통령은 2007년부터 베네수엘라에 진출해 있던 해외 기업들을 강제로 자국 회사와 합병하게 했다. 사실상 해외 기업의 자산을 국유화한 것이다. 그중에는 엑손모빌 코노코필립스 등 4개 석유회사의 중유개발 시설도 포함돼 있었다.
엑손모빌은 정부 조치에 반발해 베네수엘라에서 철수했으며, 이 조치로 인해 4억2500만 배럴의 원유를 생산하지 못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카라카스캐피털의 러스 댈런 애널리스트는 “석유시설의 광범위한 국유화를 추진하는 차베스에게 ICC가 크리스마스 선물을 준 셈”이라고 밝혔다. 차베스는 지난 수년간 국영 베네수엘라석유공사(PDVSA)를 이용해 석유시설 가운데 60%를 국유화했다. PDVSA는 이번 판결에 대해 성명을 내고 “우리는 엑손모빌의 주장을 성공적으로 막아냈다”고 환호하며 “엑손모빌은 턱없이 과도한 보상을 요구했었다”고 주장했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시멘트 통신 등에 진출한 해외 기업 자산도 국유화시켰다.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는 베네수엘라 정부를 상대로 한 소송이 20여건 접수돼 있어 앞으로도 보상을 둘러싼 판결이 이어질 전망이다. ICC는 프랑스 파리에 본부를 두고 있는 국제기구로 민간기업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1919년 창설됐다.
배병우 기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