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의 봄에서 Occupy 시위까지… SNS, 기존 권력을 해체하다
입력 2012-01-03 18:14
트위터·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 세상
2006년 에반 윌리엄스, 잭 도시, 비즈 스톤 세 사람이 모여 처음 ‘트위터’를 개발했을 때는 이들도 장차 ‘트위터’가 갖게 될 힘을 짐작하지 못했을 것이다. 미국 시사주간 타임은 “이들은 트위터가 사생활을 침해하거나 광고 수단으로 전락하지 않을까 등의 걱정만 했을 것”이라며 “하지만 이제 트위터는 독재 권력을 무너뜨리고 세계의 미래를 바꾸는 엄청난 힘을 가지게 됐다”고 평했다. 2011년은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가진 폭발력을 보여준 해로 기억될 것이다. 아랍의 봄 뿐 아니라 ‘Occupy’ 시위로 표출된 미국과 유럽의 가을을 넘어 러시아의 겨울까지, SNS는 기존 권력을 해체하며 새로운 시대를 태동시키고 있다. 올해 전세계 59개국에서 벌어질 대선과 총선에서도 ‘소셜미디어 표심’이 정치판에 지각변동을 가져올 것이다.
◇SNS의 ‘눈덩이(snowball)’ 효과=러시아 모스크바에 사는 아르톰 콜파코프(38)씨는 최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트위터와 유튜브에 접속한 순간, 다른 사람들도 푸틴에 대해 분노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면서 “거리로 나가는 게 두렵지 않았다”고 말했다.
러시아인들은 처음으로 SNS의 위력을 실감하고 있다. 지난달 4일 치러진 러시아 총선에 부정 의혹이 제기되자 시민들은 페이스북과 트위터, 러시아판 싸이월드인 브깐탁제(VKontakte)를 통해 일정 및 장소를 공유하며 시위를 확산시켰다. 각종 사진과 정권을 비판하는 문구들도 SNS를 통해 퍼지며 시위의 동력을 더했다. 러시아 라디오방송 진행자인 콘스탄틴 본 에거트는 “온라인이 오프라인 정치를 바꿀 수 있다는 가능성을 처음 보게 됐다”며 “모든 일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며 희망을 내비쳤다.
SNS의 힘은 바로 이 눈덩이 효과에 있다. 접근이 쉽고 확산이 빠르다. 한번 트위터로 소식을 전하면 ‘리트윗’을 통해 정보는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된다. 독재국가 등에서 일방적으로 무시당하던 시민의 목소리는 이를 통해 온라인 공간에서 세를 집결하고 오프라인 행동으로 발전하게 되는 것이다. 타임은 “사용은 쉽고, 통제는 어렵다는 점에서 트위터는 시위에 최적화된 수단”이라고 평했다.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기성 정치인들에게 SNS가 위협으로 다가오는 것은 소통 수단으로서의 측면만은 아니다. 온라인의 리더가 혁명의 도화선이 되고, 결국 오프라인의 영웅이 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인물이 이집트 민주화 시위를 이끈 와엘 그호님 구글 중동·북아프리카 담당 임원이다. 그는 인권운동가 칼레드 사이드에 대한 경찰의 폭행치사 사건에 항의하는 페이스북 페이지 ‘우리는 모두 칼레드 사이드’를 운영하며 이집트 시위를 주도하다 체포됐다. 그는 민주화의 상징으로 급부상했고, 그의 체포와 석방은 이집트 시위를 성공으로 이끄는 도화선이 됐다. 시민혁명 후 그호님은 타임 선정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인물’로 꼽혔다. 차세대 이집트 지도자로서의 토대를 갖춘 셈이다.
이번 러시아의 반(反)푸틴 시위에서도 구심점이 되는 인물이 있다. 변호사이자 유명 블로거인 알렉세이 나발니(35)다. 나발니는 5일 모스크바에서 시위에 참가했다 경찰에 체포돼 법원으로부터 15일의 구류형을 선고받았다. 나발니의 구류형 소식은 반푸틴 시위에 기름을 부었다. 로이터는 “지금까지 나발니는 블로거에 지나지 않았지만, 구류는 그를 시위의 상징으로 승화시켰다”고 분석했다. 라디오방송 에코모스크비 에디터인 알렉세이 베네딕토프는 “나발니 체포는 정치적 오판”이라며 “그저 온라인의 한 인물이 오프라인의 지도자가 됐다”고 말했다.
SNS가 가진 잠재력은 스마트폰 등 기기의 발전과 맞물리며 더욱 커지고 있다. 트위터의 다음은 세상에 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이제는 쉽게 상상하기 힘들어졌다.
양지선 기자 dyb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