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힘이 ‘대의 민주주의’ 약화 이끄나… 정당, 의회 결정 등 무시돼 힘 잃을 것
입력 2012-01-03 18:14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정치 시스템 자체에도 변화를 일으킬 전망이다. 무엇보다 대의 민주주의가 약화될 가능성이 크다. 지구촌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세계 정부’에 관한 논의도 SNS를 통해 급물살을 탈 수 있다.
유엔 미래보고서는 최근 “대의 민주주의의 200년 역사가 소멸되고 신직접민주주의가 오며 정치권력이 약화된다”고 내다봤다. SNS로 무장한 똑똑한 군중(smart mobs)의 탄생에 따른 현상이다. 이제 젊은 세대는 이메일,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온라인커뮤니티 등을 통해 스스로 영향력을 과시하는 자신들의 문화를 만들어낸다. 의회에서 제정된 법과 결정은 무시되고 정당은 힘을 잃을 것이다. 보고서는 이런 현상이 두드러지는 시점을 2017년 이후로 봤다.
현실에선 좀 더 빨리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미국에선 최근 ‘아메리칸스 일렉트’라는 단체가 탄생했다. 민주·공화 양당을 모두 지지하지 않는 세력이 주축이다. 이 단체는 인터넷을 기반으로 내년 대선에 나설 독자 후보를 뽑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유권자가 인터넷과 SNS를 통해 후보를 직접 선출한다는 구상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아메리칸스 일렉트는 지난달 초까지 190만명 이상으로부터 지지 서명을 받았다. 또 2200만 달러(약 250억원) 이상을 모금했다.
유엔 미래보고서는 아울러 “2018년부터 세계 정부와 세계 시민권이 유행하기 시작할 것”으로 예측했다. 인권, 여성, 환경 문제에 관한 감수성이 높아지면서 이를 더 적극적으로 다루는 기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진다는 것이다. 유엔이 사라지고 세계 정부가 그 자리를 대신할 지도 모른다.
세계 정부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1950년대 국제사회의 주요 화제였으나 냉전을 계기로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SNS의 확산으로 세계 시민 간 정서적 거리가 가까워지면서 본격 논의될 것이라는 게 미래학자들의 생각이다. 특히 지금까지 소외됐던 제3세계 청년들이 목소리를 내려 할 것이다. 유엔 미래보고서는 “정부 구성에 앞서 세계 법이 2032년 하나로 통합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