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정은 시대] 친필 답장·군부대 시찰… 김정은, 아버지가 하던대로
입력 2012-01-03 19:10
‘친필 답장.’ ‘신년음악회 관람.’ ‘군부대 시찰.’
북한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통치술을 활용해 권력기반을 다지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3일 김정은이 지난달 30일 여러 부문 근로자들이 보낸 편지를 읽고 친필 답장을 보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김정은 동지께서 민족 대국상의 슬픔을 천백배의 힘과 용기로 바꾸어 주체혁명의 새 승리를 위해 억세게 싸워나갈 맹세를 담아 여러 단위 일군과 근로자들이 올린 편지를 보시고 지난해 12월 30일 친필을 보내셨다”고 밝혔다.
김정은이 영도자에 오른 뒤 북한주민에게 ‘친필’을 보냈다고 공개된 것은 처음이다. 김정은이 편지를 보낸 주민들은 김일성종합대학 등 여러 단위 산하의 일꾼, 종업원, 건설자 등이다. 이들은 편지에서 김 위원장을 잃은 비통한 심정을 토로하고 김정은의 건강을 축원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주민들의 편지를 읽고 친필 답장을 보내는 것은 김 위원장의 전형적인 통치방식이다. 그는 근로자들이 보낸 편지에 ‘○○○○년 ○월 ○일 김정일’이라는 문구를 자필로 적어 다시 보내곤 했다.
특히 김정은의 친필 서명이 아버지의 서명 필체와 비슷해 의도적으로 따라했을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이름에 공통적으로 들어가는 ‘김’과 ‘정’은 거의 똑같은 형태이며 ‘일’과 ‘은’ 역시 비슷한 방식으로 흘려 써졌다. 김 위원장 역시 부친인 김일성 주석의 필체를 승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국대 김용현 북한학과 교수는 김 위원장과 김정은의 유사한 서체에 대해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는 백두혈통의 정통성을 강조해 ‘지도자 김정은’의 위상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정은은 친필 답장 외의 또 다른 아버지의 통치술도 활용하고 있다. 그는 군 최고사령관으로 추대된 뒤 첫 공식일정으로 지난 1일 김정일 선군정치의 기원이 된 ‘근위서울류경수 제105탱크사단’을 시찰했다. 또 이날 생전에 아버지가 좋아했던 은하수 관현악단의 신년음악회도 관람했다.
한편 북한은 일본의 조문태도를 ‘도덕적 미숙아’로 표현하며 맹비난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대국상을 당한 조선민족의 가슴에 칼질을 한 일본의 도덕적 미숙아들’이라는 논평을 통해 “이웃나라의 대국상을 같이 슬퍼하고 위로하지는 못할망정 한민족 성원의 조문길까지 가로막아 나선 일본당국의 책임은 무지막지하기 그지없는 비열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일본은 지난달 19일 사망 발표 당일 관방장관을 통해 애도의 뜻을 밝혔지만, 조총련 간부들의 조문 방북은 허용하지 않았다.
이용웅 기자 yw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