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룰 잣대는 공천 학살” 영남·수도권 의원 ‘덜덜’

입력 2012-01-03 19:00

한나라당의 ‘텃밭 물갈이론’이 3일 기정사실화되면서 해당 지역 현역의원들이 초긴장하고 있다. 당 부설 여의도연구소가 지난해 말 실시한 사전조사 결과 ‘지지율 5% 포인트 격차 룰’이 적용될 경우 영남권은 90%, 수도권은 70%에 이른다는 말도 나온다.

특히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나부터 기득권 배제” 발언과 이상돈 비대위원의 “박 위원장의 정치적 고향부터 세대교체” 주장이 동시에 터져 나오면서 친박근혜계와 대구·경북(TK) 출신 의원들이 집단 반발할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이들은 전통적인 텃밭에서 당 지지율에 ‘눈높이’를 맞추라는 것은 현실을 무시한 것이라고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한 중진 의원 측은 “지역 여론조사를 보면 박 위원장의 지역구도 현역 교체 의견이 60%”라면서 “(당과 현역의원) 지지율 5% 격차 룰 잣대를 들이대면 여기서 살아남을 현역은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5% 룰’이 박 위원장의 대선가도에서 ‘구시대 인물’로 비쳐지는 친박계 중진들을 쳐내기 위한 명분 축적용이라는 음모설까지 나온다. 한 중진의원은 “현역의원 프리미엄 포기는 인정하지만 불이익을 받으면 현역의원의 집단 무소속 출마가 이어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김성조 의원은 1차 여론조사를 통해 1·2위를 차지한 후보들끼리 최종 경선을 치르는 기득권 포기형 국민개방 경선을 실시하자고 대안을 제시했다.

이런 기류 탓인지 부산·경남(PK) 쪽 반발이 더 거세다. 부산의 한 의원은 “차라리 현역의원 전부를 불출마하라고 해라”고 불만을 폭발시켰고 한 초선의원은 “당과 후보 지지율이 모두 높은 지역과 모두 낮은 지역에서 (5% 룰을) 일률 적용하는 건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중진은 “과거 선거 때마다 특정후보를 제거할 목적으로 악용돼 왔던 방식”이라며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서울과 수도권도 비상이긴 마찬가지다. 강남지역 한 의원은 “강남은 항상 의원과 당 지지도에 차이가 난다”며 “5% 룰이 지역별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기준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설 전후까지 지지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강북의 한 재선의원은 “국회를 초선으로만 채우면 정치발전에 도움이 되느냐”고 반문했고 윤상현 의원은 “(5% 룰은) 현장정치 감각이 없는 탁상형 연구용역사업”이라고 힐난했다. 친이명박계인 원희목 의원도 “절차를 무시하고 특정인의 불출마를 주장하는 것은 직권남용”이라고 성토했다.

정재호 기자 j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