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트기前가장 어둡다”… 공천개혁 칼 빼든 박근혜
입력 2012-01-03 18:59
한나라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3일 공천개혁의 칼을 꺼내 들었다. 본인을 포함한 한나라당 구성원이 가진 모든 기득권을 내놓겠다고 했다. 일각에서 박 위원장이 4월 총선 불출마 의사를 굳힌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는 라디오 정당대표 연설에서 공천개혁의 당위성을 강하게 피력한 뒤 서울시당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의미심장한 말을 던졌다. 박 위원장은 “동트기 전 새벽이 가장 어둡다는 말이 있다. 지금은 우리에게 동트기 전 새벽의 칠흑 같은 어둠일 수도 있다”면서 “그러나 다시 마음을 다잡고 열심히 뛰며 진심어린 노력을 한다면 우리의 염원을 담은 밝은 해가 다시 뜰 것이라 믿는다”고 목청을 돋웠다.
측근들 사이에서는 박 위원장의 ‘결심’이 섰다는 얘기들이 돌고 있다. 한때 친이명박계의 거센 반발을 보며 수습책을 고민했지만, 이제는 좌고우면하며 시간을 허비하지 않겠다는 얘기다. 내부 분란으로 리더십에 위기를 맞았다는 지적까지 제기되자, 빠르게 강공 드라이브로 선회했다는 분석도 있다. 친박계 관계자는 “박 위원장이 일각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대대적으로 인적쇄신을 추진하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앞서 박 위원장은 2일 비대위 비공개회의에서 “(22일) 설 명절 전까지는 비대위 결과물이 나와야 한다”고 타임스케줄까지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우리의 쇄신과 개혁 결과물을 보고 국민이 검증할 것”이라는 언급도 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당내에는 박 위원장의 서슬 퍼런 칼날이 아군(我軍)을 먼저 벨 것이라는 예측이 많아지고 있다. 친박계를 먼저 쳐서 친이계 물갈이의 명분을 얻겠다는 계산이다. 한마디로 읍참마속(泣斬馬謖)이다. 공교롭게도 이명박 정권 실세 퇴진론을 가장 먼저 꺼낸 이상돈 비대위원은 이날 MBC라디오에 나와 “총선에서 선전하기 위해서는 새 인물이 대거 등장해야 하는데 시발점이 대구·경북이 돼야 한다”며 “박 위원장의 정치적 고향인 이 지역에서 세대교체의 바람이 일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 위원은 “여론조사를 보면 유권자의 65%가 현역의원을 안 뽑는다고 한다. 박 위원장이 지역에서 이런 여망을 수용하지 않으면 어렵다”고 덧붙였다. 전날 대구 지역구의 친박계 4선 이해봉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한 것도 박 위원장에게 힘을 실어줬다는 평가다.
이제 명분을 쥔 박 위원장이 어떤 방식으로 실리까지 취할지가 관심사다. 그가 당내 전 구성원으로부터 흔쾌히 동의를 얻어내면서 공천개혁에 성공할 경우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 의해 깨져버린 ‘대세론’의 불씨를 되살리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민수 기자 ms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