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정의-평화 위해 세계를 섬길 기회”… 2013 WCC 부산총회 의미와 준비상황 점검 특별좌담

입력 2012-01-03 20:57


2013년 10월 부산에서 열리는 세계교회협의회(WCC) 제10차 총회는 한국교회가 문을 열고 세계교회를 만나는 역사적 시간이다. 에큐메니컬 진영과 에반젤리컬(복음주의) 진영이 조화·융합되는 세계적 추세 속에서 부산총회가 갖는 세계교회사적 의미는 더욱 크다. 이런 배경에서 혹자는 한국교회사를 WCC 총회 이전과 이후로 나누게 될 것이라고 전망할 정도다. 올해는 WCC 총회를 1년 앞둔 시점이기에 한국교회에 황금과도 같은 시간이다. 국민일보와 한국기독공보, CBS, C채널은 지난달 29일 공동 신년특별 좌담을 갖고 WCC 총회가 갖는 의미와 대승적 차원의 협력이 필요한 이유를 들어봤다.

<참석자>

김삼환 WCC 제10차 총회 한국준비위 상임위원장

박종화 WCC 한국준비위 상임위원

이영훈 WCC 한국준비위 상임위원

(사회=임성빈 장신대 교수)


-WCC 부산총회는 분명 한국교회가 세계교회를 섬길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하지만 많은 분들이 WCC를 너무 진보적이라든지 종교 다원주의적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WCC에 대한 오해를 풀어 달라.

△박종화 목사=유엔은 전세계 국가들이 모여 세계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조직된 연합체다. 마찬가지로 WCC도 교파는 다르지만 전 세계 구원을 위해, 공동으로 선교와 일치를 이뤄보자는 뜻에서 설립된 세계 교회 연합체다. 2차 세계대전으로 사회와 정의, 평화가 짓밟히니 공동으로 선교와 일치를 위해 협력하자는 취지로 1948년 창립됐다. 현재 348개 교단이 회원으로 가입돼 있다. 전 세계 교회가 개신교와 천주교, 정교회라는 큰 울타리로 구성돼 있는 데 천주교가 바티칸을 중심으로 단일체제에 있다면 WCC는 개신교와 정교회가 가입된 국제적 기구다.

△이영훈 목사=WCC는 다양성 속 일치를 모색하는 공동체다. 기독교의 유엔이라 할 수 있는 곳이다. WCC가 진보적이라고 하는 데 오해다. 정관 1조를 보면 ‘주 예수 그리스도를 구세주로, 하나님으로 고백하는 교회들의 모임’이라고 나온다. 원래 출발은 보수적 신앙에 근거하고 있다. 조직의 목적을 보면 굉장히 보수적이면서도 성경에 근거한 신앙을 갖고 있다. 여러 가지 다양성을 이야기 할 수 있지만 WCC가 무조건 진보적이라고 하는 것은 일부의 견해라 할 수 있다.

△김삼환 목사=대한민국에도 북한을 찬양하는 사람들이 몇몇 있다. 그렇다고 해서 대한민국이 공산주의 국가가 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WCC의 신앙은 사도신경에 근거하고 있으며 구원은 오직 예수께 있다는 중심사상이 흘러내려오고 있다. 세계를 대표하는 기구이다 보니 인류 전체를 위한 선한 목적을 위해 산하 기구를 두고 타 종교와 손을 잡는 것이다. 한국교회도 그렇지 않나. 예를 들어 3·1운동 당시 목사님이 신앙문제가 아닌 나라 살리는 일에 불교와 천도교와 손잡지 않았던가. 만약 종교다원주의라면 저부터 절대 그런 것을 인정할 수 없다.

-WCC는 세계 그리스도교의 일치운동, 즉 에큐메니컬 운동을 대표하는 유일한 기구라 할 수 있다. 한국교회가 그토록 어렵고 긴 과정을 거치면서 총회를 유치하려고 했던 것은 그 의미가 컸기 때문이다. 부산총회가 갖는 의미를 설명해 달라.

△김 목사=1500년 이상의 기독교 역사를 지닌 유럽의 기독교 국가 입장에서 보면 120여년 역사의 한국교회가 ‘아기’처럼 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대회 유치운동을 벌이면서 짧은 역사를 지녔지만 인류평화와 복음 전도하는 일, 세계교회를 섬길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2002 월드컵이 우리 한민족에게 엄청난 영향을 끼쳤듯이 2013년 WCC 총회는 한국교회에 엄청난 영적 축복이 될 것이다.

△이 목사=2013년 총회 장소를 놓고 마지막까지 경합을 벌였던 곳은 시리아의 수도 다마스커스였다. 다마스커스가 어디인가. 다메섹이다. 과거로 돌아가는 것이다. WCC가 한국을 택한 것은 미래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분단국가이면서 세계적으로 경이적인 성장을 보이며 미국 다음으로 선교사를 많이 보낸 한국교회를 전 세계가 놀라운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세계교회에서 배울 것도 많겠지만 저들 역시 성령의 역사, 한국교회 부흥에 도전을 받을 것이다. 세계교회 지도자들이 이번 총회에서 “너희 두 나라는 나뉠 필요가 없다”며 남북통일에 대한 무언의 압력을 넣을 것이다.

△박 목사=시리아의 다마스커스는 사도 바울의 선교 출발지였다. 반면 한국의 부산은 21세기를 향한 새로운 출발지라는 것을 총회 후보지 투표에서 강조했다. WCC 총회는 7년마다 열린다. 원래는 선교 종주국에서 열거나 제3세계 피선교지 교회에서 열었다. 하지만 한국교회는 선교를 받은 교회지만 짧은 시일 내 자립해 선교사를 보내는 교회가 됐다. 이전의 총회 장소 개념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제3의 개념인 셈이다. 전 세계가 우리에게 오고 있다. 가슴이 벅차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하다.

-총회 주제가 ‘생명의 하나님, 우리를 정의와 평화로 이끄소서’이다. 주제가 갖고 있는 신학적 의미와 한국적 상황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이야기해 달라.

△이 목사=전 세계가 생태계 파괴로 몸살을 앓고 있다. 제3세계의 인권이 짓밟히고 가진 자의 횡포가 높아지고 있다. 남북한이 대치되는 상황에서 평화로운 통일만이 세계교회가 바라는 것이다. 요한복음 3장 16절 말씀처럼 하나님의 구원은 개인구원에 국한되지 않고 온 우주를 포괄한다. 생명 정의 평화라는 한국교회의 주제를 통해 전 세계를 바라보는 계기가 될 것이다. 아주 적절한 주제를 선택했다고 본다.

△김 목사=우리 한국교회는 방에 갇힌 게 아니라 창문을 열고 세계로 나아갈 것이다. 주제를 정할 때 개최 국가의, 지역의, 세계적 문제가 무엇인가를 놓고 고민한다. 그렇게 나온 게 생명 정의 평화다. 세계교회에서 모인 주의 종들이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인 남북한을 위해 간구하면 하늘 문이 열리지 않겠나. 총회는 일회적으로 그치지 않고 끊임없이 사회에 기여하는 쪽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한국에서 문을 열 때 중국과 일본에 놀라운 성령의 역사가 전해지리라 믿는다.

△박 목사=2020년 열리는 WCC 11차 총회 전까지 정의 평화 생명 문제는 전 세계 신학의 주류를 이루게 될 것이다. 한국교회와 사회가 합력해 자부심을 갖고 세계교회에 협력의 장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총회 주제에 ‘평화’라는 말이 있다. 이 문제는 동시에 우리 한반도에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문제이기도 하다. WCC 총회가 한반도와 동북아, 세계 평화에 어떤 전기를 마련할 수 있다고 보는지 말씀해 달라.

△박 목사=WCC는 국제 NGO 중에서 분명 영향력 있는 단체이다. 1980년대 한국이 남북문제로 어려움을 겪을 때 WCC 국제위원회가 주축이 돼 일본 도산소에서 한반도 통일문제를 공론화했다. 그때부터 교회는 동북아 평화와 안정을 위한 6자회담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때 WCC는 한반도 평화 통일운동의 물꼬를 트는 역할을 했다. 평화는 WCC 입장에선 아주 익숙한 테마다.

△이 목사=독일 통일과정에서 교회가 중심적 역할을 했다. 남북이 이념적으로 크게 대립하고 있는데 갈등을 해소하는 데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그리스도의 사랑을 통한 인도주의적 접근이 필요하다. 전 세계 교회 대표가 북한을 방문한다고 하면 호의적인 반응을 보일 것이다. 이들이 평양에서 부흥집회를 열면 기독교가 한반도의 희망이라는 사인을 줄 수 있지 않을까.

△김 목사=소련 공산주의가 무너진 것도, 동서독이 통일된 것도 하나님이 하신 일이다. 남북통일을 위해 부산과 서울, 평양, 개성, 금강산에서 기도만 하고 와도 하나님은 감동하시리라 믿는다. 성경은 믿음대로 된다고 하지 않았나. WCC 총회는 남북통일을 위한 하나님의 ‘오픈 타임’이라 믿는다. 분명히 이뤄주실 것이다.

-WCC 부산총회는 분명 민족의 평화 통일을 위한, 하나님이 주도하시는 우리의 기도회이다. 큰 대회를 준비하는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한국교회에 부탁의 말씀을 해 달라.

△박 목사=WCC는 교단이 아니라 삼위일체 하나님을 고백하는 연합체이다. WCC 부산총회는 생명 정의 평화라는 주제 아래 열린 총회가 되어야 한다. 어차피 앞으로 한 세기 안에 한국에서 다시 WCC 총회가 개최될 가능성은 없다. 반대보다는 소극적으로라도 참여해 달라. 그렇게 해서 WCC를 살찌우고 21세기 한국교회를 살찌우자.

△이영훈 목사=세계교회사적으로 오순절교단이 WCC에 가입한 것은 1968년 칠레의 오순절교회가 WCC에 가입한 것과 90년대 한국의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가 NCC 가입한 것이다. 성령은 하나 되게 하는 영, 화해케 하는 영이다. 문은 열려있다. 미래지향적인 자세로 성경의 가르침을 따라 대화와 이해를 통해 세계적인 잔치에 참여했으면 좋겠다.

△김 목사=새해부터 고개를 숙여 협력을 위해 인사도 많이 드리게 될 것이다. 하나님이 주신 대회를 잘 치르기 위해 남은 22개월 동안 최선을 다해 준비할 것이다. 하나님이 이 땅에 보내주신 손님을 올림픽 때처럼, 월드컵 때처럼 잘 맞이했으면 좋겠다. 한국교회와 정부, 사회가 모두 협조해 이 대회가 성공적으로 치러질 수 있도록 도와주시길 부탁드린다.

정리=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